광화문광장 찾은 유족 ”이런 날 올 줄 몰랐다“
광화문광장 찾은 유족 ”이런 날 올 줄 몰랐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4.0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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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4·3추념식장에도 유족들 발길
18살 때 아버지 죽음 목격 김순화 할머니
”그때 4.3겪은 제주사람, 다 같은 심정일 것“
민갑용 경찰청장 유족 글에 ‘눈물’
4·3진상보고서 역할 박원순 시장도 참석
4·3역사 담은 사진전, 5대 종단도 희생자 위한 추모제, 6일엔 문화제
민갑룡 경찰청장(사진 왼쪽)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4370+1 봄이 왐수다’4.3추념식에 참석해 4.3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도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국가의례로 봉행되는 제주4·3평화공원의 기념식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는 그동안 4·3희생자유족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이들의 헌화와 묵념의 발길이 계속됐다.

18살 당시 아버지가 마을사람들 앞에서 총살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대정읍 신평리 출신의 김순화 할머니(88, 서울 종로)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당시 참상을 꺼내놓았다.
김 할머니는 “선거(1948년 5·10 단독선거, 제주에서는 2개 선거구가 무산)가 끝난 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가 끌려갔다. 마을사람들 여럿이 함께 끌려갔다. 눈앞에서 군경이 쏜 총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많다. 4·3 겪은 그때 제주사람들이 다 같은 처지고 같은 심정일 거다. 희생당한 이들이 내 아버지만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 여기에 나오니까, 꽉 막혔던 게 조금 풀리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추념식에서는 제주출신 양경인씨가 오랜 시간 제주4·3연구소에서 활동하며 겪은 4·3의 아픔을 시로 엮은 ‘열두살’ 시낭송과 유족인 이진순씨가 ‘9살 당시 4·3을 겪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다 뒤늦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편지글이 낭송,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민갑용 경찰청장도 이씨의 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념식이 열린 광화문광장에는 4·3의 진상규명 기록을 담은 사진들과 추모공간도 꾸려져 7일까지 운영된다. 6일 토요일에는 낮 1시부터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종교계에서도 4·3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이어간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원불교, 가톨릭, 천도교, 기독교 등 5대 종단에서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식을 이어간다.

박진우 (사)제주4·3범국민위 집행위원장은 “국방부와 경찰이 공식적인 절차와 형식을 갖춰 4·3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사과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헌화를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를 시작으로 4·3학살을 진두지휘한 가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서훈 등의 취소, 4·3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추념식장에는 4·3당시 집단학살에 대해 경찰대표로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헌화와 묵념,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장문의 방명록을 남겼으며 청와대에선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2003년 정부가 발간한 4·3진상보고서 작성 당시 진상보고서 기획단장을 맡았던 박원순 서울시장, 부청하 재경제주4·3유족회장, 정연순 (사)제주4·3범국민위 이사장, 신현기 서울제주도민회장 등도 유족들과 함께 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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