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만남, 축제
신과의 만남, 축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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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 매섭고 추운 겨울 동안 잎마저도 떨어뜨려 앙상한 가지로 버티어 오던 나무가 웅크리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꽃을 피우는데 쓰는 계절이 봄이다.

()의 존재를 꽃으로 보여줬다는 말이 맞는 듯 어둡던 세상을 화려한 꽃의 세계로 바꿔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은 따뜻한 햇살과 함께 우리를 동요시켜 여기저기 나들이 가게 만든다. 바로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원래 자연의 질서인 계절적 변화와 함께 씨를 뿌리거나 열매를 맺어 인간의 존재에 의롭게 해주는 신에게 제사장을 통해 제사를 지내고 신의 존재로 인해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의 제를 올리는 대규모의 행사이다.

지금은 종교에 따라 부활절의 형식으로 축제가 남아 있으나 보편적으로 신은 사라지고 인간이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행사가 대부분이다.

축제,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축제는 관광과 문화,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 그야말로 지역적 융합 산업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인 지원으로 주관에서의 잣대에 의해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이라는 큰 산업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도를 넘어서 국제적 차원을 보더라도 보다 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 축제다.

일본의 아오모리네 축제나 요사코이츠가루 축제 경우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축제를 체계적으로 활성화해 관광 축제로 거듭났다.

아오모리네 축제는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의 네부타 인형등롱을 대형화했는데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네부타 인형등롱은 가부키나 신화 등에서 나오는 명장면을 다이나믹하게 표현한 작품을 공모를 통해 제작하고, 인형등롱 퍼레이드와 함께 흥겹게 춤을 추고 축제 마지막 날엔 네부타를 배에 태우고 하야시로 악령을 불러와 멀리 쫓아버리기 위한 불꽃놀이와 네부타를 태우는 것으로 축제가 마무리된다.

삿포로의 요사코이소랑 축제를 모태로 하는 요사코이츠가루 축제는 지역을 표상하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다양한 로컬 아이덴티티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소우오도리 춤은 참가자들을 끌어드리고 지역과 국제적인 벽을 허물어 하나 됨을 상징해 참가자들의 참가 의미를 더해준다.

이런 일본 축제 마쯔리는 신화 스토리를 바탕으로 타 축제와 차별화하고 관광객을 참여시켜 함께 춤을 추며 강한 인상을 남겨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 동안 축제가 열리며 관광객들을 축제뿐만 아니라 주변 관광까지 유도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 문화 상품들을 갖춰 볼거리, 체험거리에서부터 먹을거리, 살거리까지 챙겨 성공적인 관광 콘텐츠가 됐다.

제주 왕벚꽃 축제에 의미가 더해지려면 타 지역의 벚꽃 축제보다 차별화돼야 하고, 그 차별화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몸으로 체감하게 해야 한다. 축제의 체험을 기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축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가 필요하다.

최근 제주도 축제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정월 대보름 들불 축제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오름 불 놓기로 차별화된 축제로 앞으로 지역적 볼거리, 체험거리, 먹을거리, 살거리를 체계적으로 갖춰야 하며 축제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축제에 관광객과 시민들을 축제장으로 이끌기 위한 유명 가수의 축하 쇼가 아니라 뜨거운 불길에 모든 액운을 떨치고 무사 안녕을 비는 인문학적인 요소인 스토리(story)로 지속적으로 텔링(telling)할 수 있는 기승전결의 축제 절차가 갖춰져야 한다.

제주의 각 축제가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려면 축제의 상징성에 대한 아이덴티티(Festival Identity)를 구축해 축제마다 각각 다른 절차를 통해 차별화된 이미지로 구현돼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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