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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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

흔히 접하는 속담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대로 이해하자면 부자이던 사람은 망했다 하더라도 얼마 동안은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마 조선시대쯤에는 부잣집은 망해도 삼 년 정도는 그럭저럭 지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턱도 없는 소리다. 부자 망해 거리에 나 앉는 거 한순간이다.

지금 제주가 매우 어렵다.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겠지만, 상당수 사회구성원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과도한 엄살이라고 할지 몰라도 분명 어렵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해에 1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외부에서 들어오고 연간 1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타지방에서 밀려들었다. 제주 섬 전체가 들뜨고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서 호황을 맞았다. 땅값이 뛰고, 주택가격이 오르고, 심지어 개발바람이 불면서 한편에선 건설자재 부족으로 공공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아득한 옛날이야기처럼 들린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있을 때 잘해’라는 그 흔한 유행가 가사조차 잊은 채 ‘지금’에 안주한 때문이다. 그 결과 제주경제는 지금 봄 아닌 봄을 맞고 있다.

#한때 국민 횟감 내수 독차지

해양수산부는 ‘3월의 수산물’로 광어를 선정했다. 광어는 넙치다. 해수부가 광어를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한 것은 자연산 광어가 주로 3~4월에 잡힌다는 점을 감안한 측면도 있지만 속뜻은 다른 데 있다.

광어는 국민 횟감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어종이다. 그런데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대한민국 양식광어 주산지는 제주다. 그만큼 ‘청정제주’의 상징을 담은 제주의 상징 어류다. 제주도내 358곳의 양식장에서 대한민국 양식 광어의 60% 정도를 생산해낸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의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7월까지 ㎏당 1만2000~1만3000원대였던 양식 광어 값은 올 들어 8000원대로 떨어졌다. 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지난 1월 산지 가격은 ㎏당 7647원으로 10년 전인 2008년(9754원)에 비해 21.6% 하락했다.

광어의 부진은 경기 위축과 함께 대체 먹거리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 등 경쟁 횟감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연어 수입량은 2008년 2465t에서 지난해 2만4058t으로 9.7배, 방어는 같은 기간 246t에서 1574t으로 6.4배 늘었다.

횟감 시장이 뒤집어졌다.

#현실안주 변화 외면한 결과

지금 제주 광어양식업계가 맞이하고 있는 침체는 오래전 예견됐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광어양식은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었다. 초기 거액의 자본이 소요돼 보통의 어민들은 엄두도 못 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 뺨쳤다. 선택된 사람들의 ‘보장된 사업’이었다.

한동안 탄탄대로를 걸었다. 일본 수출은 물론 국내 고급 횟감시장을 독차지 했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또 다른 내일’ 생각했어야 했지만 ‘편안한 현실’을 선택했다. 완도 등지에서도 넙치양식이 이뤄졌고, 경쟁어종의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눈을 돌렸다.

제주 양식광어의 위축은 제주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그제(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올 3월호 ‘지역경제보고서’는 올 1분기 제주지역 광어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나아가 수출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제주산 양식광어의 경우 ‘인위적 요인’으로 다소 (침체상황이)완화 되겠지만, 구조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 경제를 어렵게 한 게 광어 하나 때문만은 분명 아니다. 예고된 침체상황을 맞고 있는 관광업이 그렇고, 공공기관만 쳐다보는 토목사업이 그렇다. 광어의 추락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끝이 아닌 시작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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