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보전과 개발 사이
자연 보전과 개발 사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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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제주도의 개발과 오버투어리즘을 논할 때면 하와이의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가 떠오른다.

하와이에 가면 스노클링의 명소로 알려진 하나우마 베이가 있다. 하나우마는 하와이 말로써 하나(hana)’(bay)’을 뜻하고 우마(uma)’곡선(curved)’을 뜻해 굴곡져 있는 만형상 그대로 하와이 말로 표현한 것이다.

하와이 사람들에게 하나우마 베이는 그들과 함께해온 역사의 일부였다. 기록에 따르면 1800년대 하와이 왕족들은 오락과 낚시를 위해 종종 여기에 머물렀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 지역의 건설이 증가하면서 하나우마 베이는 순식간에 핫한 관광지가 됐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많은 관광객 방문으로 인한 자연 환경 파괴로 고생했다.

그리하여, 하나우마 베이를 1967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1990년대부터는 관광객의 영향을 줄이고 자연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와이 거주자를 제외한 모든 관광객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고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입장조차 하기 어렵다.

입장료도 올해 현재 1인당 7.50달러이고 비치 파라솔 같은 것은 설치도 하지 못한다. 매주 화요일은 문을 닫고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시간과 휴식을 취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하여, 동남아시아에서 하는 스노클링처럼 빵으로 열대어들을 유인해야 볼 수 있는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 그대로의 감동적인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000여 명인데 주차장은 300여 개의 주차 자리만 보유한 상태이고 주차 자리가 다 차면 입구의 경비원들이 더 이상 방문객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버린다. 오전 11시에 도착했더니 들어갈 수 있는 제한 수가 다 찼으니 오후 3시 즈음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고 주위에서 점심 먹고 오후 즈음 다시 가니 오전에 왔던 관광객들이 빠지면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입장했건만 들어가자마자 2002년도에 세워진 해양교육센터가 제공하는 안전 비디오 관람을 하지 않고서는 입장을 할 수가 없었다. 10여 분의 교육 영상이지만 이래저래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면 30여 분 걸리고 그 교육을 받은 뒤 정말 어렵게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스노클링을 즐기던 중 일행 중 한 분이 물 속에 잠깐 서 있었더니 옆에 스노클링 하던 전형적인 폴리네시안으로 보이는 현지인이 정색하며 그렇게 서 있으면 산호초를 상하게 하고 그러면 여기 바닷속 생명체의 먹이를 없애는 것과 같아요라고 했고 타박을 당한 일행은 민망했는지 그대로 해변으로 나가버렸다.

거북이를 담은 아름다운 바닷속 구경으로 스노클링을 30분 정도 하고 있는데 오후 5시 반 즈음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서 오후 6시에 폐장이니 모두 나가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30분의 하나우마 베이를 즐기기 위해 하루를 투자한 셈인데 딱 30여 분 즐긴 바닷속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하루의 투자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감동을 안고 하나우마 베이를 나왔다.

10년 뒤에도 하나우마 베이는 그대로일 것 같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유명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년 후나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아래와 같은 전제조건들이 있어서인 듯하다.

철저한 일일 관광객의 수 제한 시간 제한을 둔 관광지 개방 사전 교육을 통한 관광객의 인식 변화 현지인의 일상적이면서 실천적인 자연 보호 태도.

제주도는 한국의 보물이고 아시아의 하와이를 꿈꾼다. 제주도는 현재 개발과 오버투어리즘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하나우마 베이가 하고 있는 자연환경 보전의 노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와이와 제주도는 화산섬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특색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보전과 개발의 딜레마에 선 현 시점에서 제주도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개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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