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등 과거사 재심 본격화…명예 회복 시급
4·3 등 과거사 재심 본격화…명예 회복 시급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3.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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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재심 준비하던 김모 할아버지 고문후유증으로 사망
남은 수형인 대부분 타지 살면서 지병 앓아…재심 시급
1차재심 후 4·3에서 촉발된 여순사건도 21일 재심 결정

제주4·3 생존수형인 18명이 70년 만에 대한민국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여순사건 등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과거사에 대한 재심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1차 재심에 참여하지 못한 4·3 생존수형인 12명 중 1명이 고문후유증으로 별세하면서 2차 재심 등 고령 생존자들을 위한 보다 빠른 명예 회복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대표 양동윤·이하 4·3도민연대)에 따르면 2차 재심을 준비하고 있던 4·3 생존수형인 김모 할아버지가 최근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 할아버지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넘겨져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이후 평생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김 할아버지가 별세하면서 현재 생존해있는 4·3 수형인은 28명으로 줄었다.

이 중 18명(故 현창용 할아버지 포함)은 지난 1월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무죄 판결인 ‘공소 기각’ 선고를 받아 명예를 회복했지만, 김 할아버지를 포함한 남은 12명은 여전히 국가로부터 씌어진 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현재 2차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4·3도민연대는 12명 중 5명으로부터 재심 동의를 받았다. 5명은 현재 서울, 인천, 부산, 안양, 제주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

또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생존수형인 1명의 경우 자녀들에게는 재심 동의를 받았으며, 4~5월 중 현지를 방문해 당사자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양동윤 대표는 “1차 재심에 참여한 생존수형인들은 제주에 계셨지만 남은 12분은 대부분 도외에 거주하고 있다”며 “모두 80대 후반에서 90대 중반의 고령이고 지병을 앓고 있어서 2차 재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4·3 생존수형인 재심으로 촉발된 ‘과거사 재조명’에 대한 요구가 최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명에 대한 재심 결정으로 이어지면서 제주에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이 제주4·3에 대한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이번에 재심 결정을 받은 민간인 희생자 3명은 같은 해 10월 반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군사 재판에 넘겨져 사형 당했다.

이들의 유족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여순사건 당시 군·경이 438명의 민간인을 무리하게 살해했다고 결론 내리자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재심을 확정하면서 71년만의 명예 회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양동윤 대표는 “4·3 생존수형인에 대한 1차 재심 후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행한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 시발점이 바로 1차 재심”이라며 “다만 여순사건 재심의 경우 진화위의 결정문이 큰 효력을 발휘했지만, 4·3 생존수형인 1차 재심 결정 과정에서 4·3 진상조사보고서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4·3 진상조사보고서는 4·3을 개략적으로 서술한 ‘기술서’에 불과하다. ‘미완의 보고서’로 불리는 이유이자 진화위의 결정문처럼 효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라며 “4·3특별법 개정안에 추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발간을 명시해 남은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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