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위기와 관계망 쌓기
사회 분위기와 관계망 쌓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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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사회 분위기라는 게 있다. 딱히 구체적인 근거나 명확한 현상을 들이대기는 쉽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근거를 마련하거나 비교적 이해하기 쉽겠지만, 어쩔 수 없이 트렌드나 사회 분위기라는 말로 표현되는 현상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아날로그적인 분석과 통찰력의 입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사회 분위기라는 말은 익숙한 표현이다.

얼마 전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을 방문하는 일이 워낙 흔한 일인 상황인지라 일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멋쩍지만 그 사회가 보여주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기에 언급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던 일본 사회는 불황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불황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대부분의 매장 앞에 펄럭이던 깃발들이 기억난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세일 및 특가판매에 대한 문구였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매장들은 이 깃발과 포스터를 늘어세워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온 나라가 세일의 분위기였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만나는 일본인들은 경기가 좋지 않고 사회의 쇠락을 우려하는 이야기를 꽤나 많이 했었다.

그 때를 강렬하게 기억하던 내게 며칠 전의 일본 대도시의 거리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을 가득 채우고 영혼 없어 보이는 셀러리맨들의 끊임없는 왕래가 이어지는 도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의 얼굴이 어둡지 않다는 것이고 수없이 많은 젊은이가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랬는지 바로 증거를 댈 수는 없지만, 경제가 살아나고 사회가 살아있다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반면 요즘 우리 사회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보다는 불안과 비관적인 전망이 압도적이다. 경기지표는 물론 자영업자들의 상황, 청년 문제, 출산율 등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관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로 달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주 인용된다.

20여 년간 일본 사회를 통해 봐왔던 그 모습을 이제 우리 사회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간다는 명제야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사회적 쇠락의 분위기까지 닮아가는 모습은 영 개운치 않다.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경기의 건전성이 20년을 버티고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경제다.

20여 년의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바꿨던 힘의 근원이 무엇일까.

우리 사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경기가 좋아지고 사회가 좋은 분위기로 바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20여 년을 견뎌온 일본의 힘이 무엇이든 사회의 각 분야에서 침체된 사회를 견뎌내는 지혜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일본이 경험했던 장기적 침체 국면을 겪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지녀왔던 체질의 근본을 체크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한 장점이 이제는 적용하기에 무리한 시기가 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위해 달려왔던 사회 분위기 대신 사람들 간의 관계가 먼저인 사회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안착됐으면 좋겠다.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혁신을 주장하는 조직이 생기고 공동체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어떤 사업이 진행되든 사람들 간의 관계를 탄탄히 쌓아가는 구조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그래야 어찌 전개될지 모를 사회 분위기를 굳건히 버티는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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