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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걷기 여행 천국’을 위한 조건
제주, ‘걷기 여행 천국’을 위한 조건
  • 제주일보
  • 승인 2019.02.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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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 ’(관광지)과 점을 찍고다니는 것이라면, 걷는 여행은 죽 이어진 선을 따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성산일출봉 관광을 예로 들어보자. 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들은 주차장에 도착해 일출봉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른 관광지로 떠난다. 그러나 걷는 올레길에선 여행자들이 일출봉을 죽 바라보며 걷는다.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일출봉이 서서히 다가온다.

꼭 일출봉과 같은 관광 명소가 아니더라도, 이중섭의 길도 걷다 보면 차를 타고 지나갈 땐 볼 수 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귀포 섶섬 앞바다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

걷는 속도에 맞춰 느리게 바뀌는 풍경은, 차에 타고 있을 때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한라산 둘레길도 마찬가지다. 숲길을 걷는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사방이 탁 트이면서 한 눈에 들어오는 해안선. 멀리 보이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최근 걷는 여행이 큰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은 이런 즐거움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9일 발간한 ‘2018 걷기 여행길 이용자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60%는 걷기 여행을 경험한 적 있으며, 최근 1년 내 경험한 비율도 30.9%에 이르렀다.

특히 걷기 여행 경험자들은 여행경비 중 일부를 현지 주민들을 위해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여행지 생산 물건을 구입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향도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지역주민들 역시 73.6%가 걷기 여행길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번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주목되는 것은 최근 1년 동안 방문한 적 있는 걷기 여행길로 제주 올레길’(28.4%)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다. 향후 가장 가고 싶은 걷기 여행길로도 제주 올레길’(22.6%)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이어 한라산 둘레길’(11.0%)2위를 차지했다.

사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쪽빛 바다와 옹기종기 들어선 마을들, 그리고 올레와 그 곳 사람들 모두와 길동무가 되고 어느샌가 하나가 된다. 국민이 향후 가고 싶은 걷기 여행길로 제주 올레길과 한라산 둘레길을 나란히 1, 2위로 꼽은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 환경은 열악하다. 인도가 제 기능을 못해 보행자들이 차도로 통행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위험 등 안전에도 취약하다. 도로환경이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 위주인 탓이다. 보행자들의 권리는 너무도 쉽게 무시당한다.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이 되려면 앞으로도 멀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를 걷기 여행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보행환경을 일신하는 등 보행문화 인프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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