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잇기
말 잇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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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올해 설은 가족과 며칠 같이 하니 명절 기분이 났다. 일주일 앞당겨 손자 손녀와 함께 온 며느리와 설 연휴를 느긋하게 보냈다. 포근한 날씨 덕에 산과 들로 다니며 제주의 겨울 정취도 즐겼다.

집에서는 손자와 끝말 이어가기 놀이도 했다. 말놀이 중, 꽁지 따기 놀이를 할 때는 손자를 거들어 주던 며느리가 합세하여 고부간 말 재치 시합으로 변해 열을 올리기도 했다.

꽁지 말 잇기 놀이는 내 순서에 즉각 이어받아 넘겨야 한다. 꽁지 말에 집중 안 하면 지는 거다.

-지구는 둥글다. 둥근 건 공. 공은 튄다. 튀는 건 김정은. 김정은은 돼지. 돼지는 햄프셔가 아니고 트럼프.-. 돼지란 단어로 이어가는 순간, 티브이에서 북한 김정은 얼굴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비춰서 웃을 거리를 만들었다.

두 정상이 연일 화젯거리이다 보니 채널마다 뜨겁다. 그만큼 며칠 후에 베트남에서 열릴 북미회담 논점 예견이 세계적 이슈다.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고 국가 간 오가는 대화가 아슬아슬하다. 말을 이어가는 모양새가 난기류를 타서 험난하다. 아무려면 태풍이 몰아쳐도 우리는 우리끼리 손잡아 뭉쳐야 하지 않을까.

어느 문화인류 학자에 따르면 사물과 사물 또는 현상과 현상이 서로 이어지거나 관계를 맺지 않으면 한 점에 지나지 않으며 그 점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잇대어 그림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선택과 올바른 연결이 문제의 핵심이며 해결이라 했다.

낱낱이 점이 모여 관련을 맺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한 점으로 머물러 버리는 것과 같이 민족끼리의 통일 염원도, 서로의 공조가 중요하다.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며 해결의 실마리일 태다. 정의롭고 옳은 점()들만 모아서 평화의 큰 획이 그어졌으면 소망한다. 남북 간 문제도 절대적 원칙은 대화일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다.

지난해 4,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봉은 대박을 터트릴 기세였고 금방 다가올 것 같은 통일기대로 남북이 흥분했다. 그러나 올해 설 연휴가 끝날 즈음 북미 간 오가는 대화는 빅딜이니 스몰딜이니 하면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선후를 놓고 입장 차이만 난무하다.

우리 민족 정체성의 의미와 민족 통합 문제가 고래 싸움에 터져버린 새우등 신세로 전략될까 무섭다. 서로 대화에 열중인 것 같지만 한 치도 양보 없는 이념 간의 대립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콩 주겠다. 팥 주겠다. 하는 행세다. 이번 베트남 2차 핵 담판에서 어떠한 장면이 연출될지 꽁지를 물고 이어갈 말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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