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자초한 ‘제주의 어려움’
제주가 자초한 ‘제주의 어려움’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9.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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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잘나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농담처럼 내뱉는 게 다름 아닌 ‘잘 나갈 때 잘하라’는 말이다. 개인이거 조직이건 잘 나갈 때는 현실에 안주해 자만에 빠진 채 ‘뒷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우리사회는 예로부터 ‘매사 불여튼튼’이라는 말을 명심보감처럼 믿고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 어떤 일이든지 사전에 튼튼히 해 놓는 것이 좋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맞이하는 결과가 다름 아닌 소 일고 외양간 고치는 곤란한 상황이다.

제주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 흡사 이를 연상케 한다. 불과 3년 전 잘 나갈 때 ‘후일’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 지역경제 맏형격인 관광산업의 부진이 그것이다. 제주관광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해 온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예전만큼 못하다.

전국적인 상황이지만 관광시장의 침체로 촉발된 경기침체는 제주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짓누른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타지방으로부터 제주로 이어져 온 이주행렬도 이제 끝이 보인다.

어느 특정분야가 아니라 제주 전체가 불황의 그늘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제주이민 행렬 끝 드러나

‘제주로의 이민'이라고까지 일컬어졌던 이주 열풍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월 평균 1000명 정도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이주인구가 지난연말 50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제주에 정착한 이주인구를 의미하는 순유입 인구(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인구)는 8853명이다. 최근 5년간 순유입 인구를 보면 2014년 1만1112명, 2015년 1만4257명, 2016년 1만4632명, 2017년 1만4005명 등 매해 1만명 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제주로 들어왔다. 지난해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1만명을 밑돈 게 아니라 감소추세다. 지난 해 1월 만하더라도 1000명이 넘던 유입인구가 6월 766명, 9월 467명, 11월 259명에서 12월엔 47명으로 내려앉았다.

이로써 2010년부터 시작된 제주 이주 행렬은 끝을 드러낸 샘이다. 이주행렬이 끊어진다는 사실은 제주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파장은 제주사회 각 분야로 퍼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치명타를 입게 될 분야는 주택산업이다. 카페 등 외식업도 예외가 아니다. 외부 수요가 없는 제주 내부의 수요만으로 지금처럼 팽창한 주택·외식시장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분양 주택이 쏟아진다.

#관광경기 침체 회복 요원

관광시장도 불안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431만3000여명으로 전년 1475만 3000여명보다 3.0% 줄었다. 2016년 1585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내리막이다.

문제는 관광객 감소의 내용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개별 여행객은 1039만여명으로 전년에 비해 8% 이상 줄었다. 이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따른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그동안 제주 국내여행객 유치에 주력해 온 저가항공사들이 돈이 되는 해외 노선으로 눈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게 했다. 이들을 맞이할 새로운 관광 상품도 찾아 볼 수 없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제주관광산업 전반을 위협한다. 가뜩이나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에 처한 숙박업계의 침체가 불 보듯 자명하다. 당장 지난해 관광호텔 등 6개 관광숙박업소가 폐업했다. 여관 등 일반 숙박업소 30곳도 문을 닫았다. 제주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침체는 제주 전역을 어려움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연 관광객 1500만명, 이주인구 1만5000명.

불과 3년 전 제주다. 그런 제주가 지금은 속된 표현으로 죽을 쑤는 모습이다. 문제는 지금의 곤란한 상황이 금방 해결되기는커녕 되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잘 나갈 때 ‘후일’을 망각한 결과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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