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토리니, 추자도 어떠세요?
한국의 산토리니, 추자도 어떠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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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적산가옥(敵産家屋)과 일제강점기 때 여관인 창성장, 그리고 근대역사문화 공간 지정과 부동산 투기 의혹, 산토리니 등 연초부터 전라남도 목포가 시끄럽다. 이러한 와중에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무사무려(無思無慮)를 바라는 필자에게는 목포의 산토리니란 단어가 신기하게 와 닿는다.

산토리니(Santorini Island)는 그리스 본토에서 약 200정도 떨어진 에게 해(Aegean Sea) 남부에 자리 잡은 작은 화산군도다. 200~300만년 전 고대 역사와 칼데라(Caldera) 화산 호수 등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환상의 섬으로 세계적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목포가 일제강점기 근대 건물을 앞세워 산토리니를 꿈꾼다고 하니 필자에게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창의적인 발상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 섬 속의 섬인 추자도를 한국의 산토리니로 가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포호빙하(暴虎馮河)적 무모함과 견토지쟁(犬兎之爭)의 엉뚱한 마음을 품어본다.

제주의 보물섬인 추자도는 우두일출(牛頭日出), 직구낙조(直龜落照), 신대어유(神臺漁遊), 수덕낙안(水德落雁), 석두청산(石頭菁山), 장작평사(長作平沙), 추포어화(秋浦漁火), 횡간귀범(橫干歸帆), 곽계창파(‘곽계蒼波), 망도수향(望島守鄕)’의 추자 10경 등의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상추자도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유럽 유명 관광지처럼 주황색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바다와 어우러져 하얀색 지붕들이 매력적인 산토리니가 전혀 부럽지 않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상추자도에서의 모세의 기적경험과 추자도 사람들이 자랑하는 비경 중의 비경인 나바론 절벽은 또 어떤가. 가히 한국의 산토리니를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토리니에는 피라 마을(Fira Village)과 이아마을(Oia Village) 및 주변의 무인도가 있다. 얄궂게도 추자군도도 상추자도, 하추자도를 중심으로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와 직구도, 다무래미, 청도 등 38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200~300만년의 고대 역사 스토리까지는 아니라도 고려시대 여몽 연합군의 삼별초 진압과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 진압을 위해 주둔한 이야기, 설촌 역사와 김방경, 김상헌, 안조원, 김만덕 등 역사 속 인물 이야기 등 추자도에도 나름의 슬픈 역사가 많다. 이 중 으뜸은 200년 전 정난주 마리아와 천주교 박해에 관련해 추자 연안의 갯바위에 세워진 눈물의 십자가와 마리아의 아들인 황경한 묘역이 아닐까 싶다.

또한 추자초등학교 뒤쪽 영흥리 항일운동 발상지와 벽화 골목도 자랑거리다. 먹방 여행은 또 어떠한가. 낚시꾼의 천국인 추자도는 미식가를 유혹하는 조기, 돌돔, 삼치, 돌문어, 뿔소라 등 고급 해산물과 국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멸치액젓 등 먹거리 역시 풍부하다.

그러나 한국의 산토리니를 꿈꾸는 추자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참굴비와 멸치액젓으로 명성을 크게 얻었던 추자도의 인구는 1980년대 6000여 명에서 20181800여 명으로 급감했고 한 때 9학급에 달했던 추자중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30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추자도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관광산업 역시 여객선의 잦은 결항으로 방문객 수가 5만명 수준에서 정체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추자도가 옛 명성을 되찾고 한국의 산토리니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편리하고 안정된 운송수단의 확보가 아닌가 싶다.

추자도에는 제주~추자~완도를 연결하는 2862t급 카페리 레드펄호와 364t급 쾌속선 퀸스타 2호가 운항되지만 잦은 결항으로 주민과 관광객들이 불만을 호소한다. 그나마 제주도가 초속 14m 바람에도 운항이 가능한 대형 여객선 도입과 준공영제 운영을 검토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추자도의 옛 이름은 후풍도(候風島). 후풍(候風)순풍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예로부터 풍랑을 만난 뱃사람들에게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의 안식처와 휴식 같은 공간으로서 추자도는 자리매김했다.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에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마침내 일을 이룬다는 뜻으로, 미래의 휴식과 사색을 한국의 산토리니로 성장할 추자도에서 국내·외 모든 분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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