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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삼학(三學)
인생 삼학(三學)
  • 제주일보
  • 승인 2019.01.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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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 시인·제주어보전육성위원

노인이 되도록 살다보니 삶의 의미나 가치를 세 가지로 요약하는 내공이 쌓였다.

학창시절, 천자문에서 하늘은 검게 빛나고 땅은 누렇게 깔려 있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공간개념을 상중하로 구분하고 그 속에 천지인(天地人)이 존재한다는 당위성도 배웠다.

세월이 흐름도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잼이 현재 있다는 가설로 과거는 이미 없고, 미래도 아직 오지 않아서 오직 지금만 잼을 먹을 수 있음을 인식했다.

급훈에서 인성의 근본은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진선미(眞善美)나 지덕체(智德體), 지정의(知情意)도 알게 되었다. 미스코리아를 뽑을 때 미스 진()이 최고의 미인이라서 의아했지만 정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지()와 진()이 같고 선()과 덕()이 어진 뜻()을 지니고 있음이 같고, 마음 씀씀이()에 따라 미()와 체()가 하나임도 알았다. 조금 다르지만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 하고 즐기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지호락(知好樂)도 있다.

그리고 절에서 삼독(三毒)을 짓는다는 삼업(三業)으로 탐진치(貪瞋痴)도 배웠다. ()은 탐욕으로 자기가 즐기는 대상을 탐내서 구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 진()은 자기의 마음에 맞지 않는 대상에 대하여 반발하고 미워하고 분하게 여겨서 화를 내는 경우를 이른다.

()는 천치이므로 사물의 분별을 알지 못하여 해아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하여 잘못을 저지르거나, 옳고 그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잘못 생각하고 행동하는 죄업이다. 더하여, 불교에서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실천하는 진리로 팔정도(八正道)가 있다. 고를 다스리면 도를 이룬다는 사성제를 축약한 삼학(三學)이 계정혜(戒定慧)이다.

팔정도는 올바른 생각과 바른 생활을 필두로 수양 삼매경을 설파하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워서 아프지 말 것과 빚지지 말 것, 그리고 남에게 원한 사지 말 것을 환갑기념으로 좌우명을 정하였다. 병들면 시한부 인생이라 매사 중도 포기해야 하고, 빚이 있으면 노예 신세나 다름없고, 남에게 원한을 사면 눈뜨고 죽어야 하기에 삶 또한 처량하다.

변증법의 정반합도 있다. 역사나 정신 같은 인식의 세계를 진일보하기 위한 전개 원리이다. 즉 하나의 주장인 정()에 다른 주장인 반()이 나오고, 정반에서 종합적인 주장인 합()이 나와 통합되고 다시 분열하는 동안 세계를 이루는 물질은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을 대입해 보면 실제로 걸어온 길과 걷고 싶은 길이 너무 많았다. 걸어온 이력은 현실이고 걷고 싶은 미지는 진실이다. 그리하여 인문학을 통한 경험을 고백과 묘사, 발견이라는 대명제로 시를 써서 작금에 이르고 있다.

글감의 기본 자료인 고백은 특정인을 위한 절실함이기에 진솔하다. 이왕 고백하는 거 동가다홍이라고 멋지게 표현하는 능력이 예술가의 내공이다. 더하여 세상에 없던 체험을 발견하고 삼학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 이 또한 정()한 것은 체()이고 동()한 것은 용()이므로 인생에서 꼭이라는 것은 없다는 정중동(靜中動)을 설파하는 경지에 닿게 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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