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농업용수로 활용, 발상의 대전환 필요
빗물 농업용수로 활용, 발상의 대전환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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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없는 제주는 사실상 대부분의 농업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뭄이 발생할 때 마다 제주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지하수 고갈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되풀이 된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만들어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처리 된 생활하수는 농업용수로 사용이 가능한데도 바다로 버려진다. 뿐만 아니다. 사실상 무궁무진한 빗물 또한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양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밖에 지표면을 통해 해안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용천수 역시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다. 이런 가운데 빗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할 경우 적지 않은 결실을 거둘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빗물 활용을 극대화하면 농업용수의 70%까지 공급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연구원 박원배 선임연구위원 등은 빗물이용시설 등이 집중 설치된 남원읍 의귀와 위미를 대상으로 ‘빗물이용시설 적정 규모 산정’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현재 이들 지역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빗물 집수시설의 평균 저류 규모는 의귀는 148.3㎥, 위미지역은 135.7㎥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실제 내린 빗물 중 집수시설을 통해 농업에 사용된 빗물은 발생량의 26.9%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73.1%는 버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빗물을 흘려보내지 말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빗물 이용시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그 적정 규모는 의귀지역은 5800㎥, 위미지역은 4900㎥로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연구진은 여기다 대상 하우스 시설까지 확대한다면 농업용수 이용량의 70%까지 빗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시설 하우스가 집중된 남원 지역은 도내 빗물이용시설 1068개의 27.5%(294개)가 몰려있다.

사실 이번 연구결과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지방정부인 제주도 또한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제주도는 수년전부터 시설 하우스 농가들을 대상으로 빗물이용시설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버려지는 빗물의 활용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빗물이용시설은 틀에 박힌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경직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이에는 농가의 수요가 많은 것이 한 요인이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되도록 많은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위한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다. 결국 이런 사정이 대규모 시설설치를 가로막게 된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추진해 온 빗물이용시설 지원정책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보다 많은 농가의 참여와 시설 대용량 등 효율성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빗물이용시설이 장기적으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보전하고 나아가 수자원 활용도까지 끌어 올리는 일석이조의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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