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維歲次) 2019
유세차(維歲次) 2019
  • 제주일보
  • 승인 2019.01.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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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전 중등교장·칼럼니스트

유세차(維歲次) 2019 새해 아침, 제주일보 칼럼니스트 아무개 감히 고합니다(敢昭告于).’

 

유세차(維歲次)’제문(祭文)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해()의 차례(次例)’이다(국어사전풀이). 고등학생 때(1966) 국어교과서에 실린 조침문(弔針文)이 떠오른다. 제침문(祭針文)이라고도 한다.

조선 중엽, 어느 부인 유씨(兪氏)가 지은 수필이다. 문벌가에 출가한 유씨는 남편을 여의고 바느질에 재미를 붙여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남편처럼 의지하던 바늘마저 부러졌다. 그 바늘을 의인화(擬人化)하여 쓴 운문(韻文)이다. 섬세하고 애절한 운치(韻致)가 고등학생들의 푸릇푸릇한 가슴속까지 저미어든다. 이 조침문이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된다.

 

밧줄로 꽁꽁! 꽁꽁 묶어라.’

어느 대중가요 가사 한 소절이다. 떠나가는 사랑을 어떻게 묶나? 흐르는 세월은 어떻게 묶어두나?

무엇이든지 묶으려면, 밧줄을 찾게 된다. 그 밧줄이 유()이다. 지게로 등짐을 지지만, 제주도에서는 로 졌었다. 물허벅 구덕을 로 지듯이, 여자들은 등짐을 주로 로 졌었다. ‘의 서울말이 이며, ‘를 뚜렷이 하기 위한 말이 밧줄이다. ‘처가(妻家)’을 붙여 처갓집이 되는 것과 같은 어휘 구성이다.

 

()’(새 추)를 묶어 두는 가는 실(실 사)’에서 비롯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묶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 또한 묶어 둘 수 없다. 얼마나 간절히 묶어두고 싶었으면 밧줄의 한자를 이렇게(;바 유) 구성했었을까. 어떻든, ‘세월()을 밧줄묶음()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維歲), 다음()과 같이가 유세차(維歲次)이다. 그러니 당연히 유세차(維歲次)는 연월일(年月日)로 이어진다. 올 신정(新正)을 이를테면, ‘유세차(維歲次) 201911일 무술년 11(癸酉 朔) 스무엿새(戊戌)’이다. 아직은 기해(己亥)년이 아니다. 201925일이 되어서야 기해(己亥)년이 시작된다. 우습게도, 미디어들까지 돼지해라고 달포 전부터 떠들어댄다.

 

세월을 묶으려 해도(維歲) 다음()과 같이 2019년이 되었다(維歲次 20 19). 물같이 흐르는 세월에 어떻게 표시를 할까? 이 표시 방법이 육십갑자 간지(干支)이며, 달력이다. 그 위에, 기제(忌祭기념일 등을 써넣는다. 시간의 흐름을 여럿의 눈으로 보며 서로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시간 맞추기(synchronizing)'이다.

 

올림픽 종목 중에 수중발레(synchronized swimming)가 있다. 최소한 둘 이상의 선수로 구성되는 이 수중발레는 동작의 리듬시간(chron )이 맞아야(syn )한다. 구성 인원 수가 많을수록 고난도이다. 그만큼 더 어렵고 평가점수가 높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며 살아가는 유기체이다. 성당의 종소리에 맞추어 유럽의 시골 사람들도 미사에 참여 하였고, 서울(漢城)의 백성들은 보신각 종소리에 하루 일과를 맞추며 살았었다. 문화적 수준이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로 잘 맞추며 삶을 공유하는가에 있다.

 

묶어둘 수 없는 세월 속 세상을 산다. 세상()은 가로획이 셋이며 세로획이 셋이다. 세로획은 땅(맨 아래 가로획)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며, 맨 위의 가로획은 사람들끼리의 관계(어우러짐)이다. 가운데 작은 가로획은 부부맺음이다.

 

유세차 2019 원단(元旦),

이 세()동안 모든 세()들이

서로 잘 맞추며 어우러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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