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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예방접종
  • 제주일보
  • 승인 2018.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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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독감바이러스가 찾아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미리 면역을 강화해 대비할 수 있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은 그 바이러스에 한번은 감염된 이후에야 생긴다. 그렇다면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후에 인체에 주입해서 흡사 감염된 것처럼 몸을 속이는 방법은 어떨까? 이것이 예방접종이다. 1796년 영국의 시골의사 제너가 8살 꼬마 필립에게 소의 천연두 바이러스를 접종한 것이 그 시초다. 잉카 제국을 실제로 무너뜨린 것은 유럽인들이 전염시킨 천연두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을 만큼 악명이 높은 질병이었지만 지금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예방접종의 힘이다.

개인 입장에서 병을 앓고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접종으로 면역을 얻어 그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예방접종의 주 목적이지만, 또 다른 부가 효과는 집단면역을 형성하여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한 명의 환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하여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적인 사람 수를 기본감염재생산수라고 한다. 홍역은 전염력이 매우 강한데 이 수치가 약 15. 만약 어떤 마을 주민 전체가 면역이 없다면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의 15명을 감염시켜 새로운 환자로 만들고 그들은 또다시 각각의 주변 15명에게 퍼트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이 면역이 있어 감염되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전파 경로는 차단되므로 기본감염재생산수 값은 작아진다.

이를테면 구성원의 50%가 면역이 있다면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15명에서 7.5명으로 줄어들면서 기본감염재생산수는 7.5명이 된다. 면역을 가진 구성원이 94%이라면 이 수치는 0.9명이 된다. 한 명의 환자로 인해 새로이 발생하는 환자 수가 1명보다 작아지면 환자 수가 점점 줄면서 결국 사라진다.

즉 홍역인 경우 면역이 있는 주민 비율이 94%이상이 되는 마을에서는 유행을 일으키지 못한다. 이것이 집단 면역의 효과이다. 인플루엔자의 기본감염재생산수는 대유행일 때를 제외하곤 1.4 정도이다. , 전체 구성원의 30% 정도만 면역을 갖고 있어도 기본감염재생산수가 1미만이 된다. 대부분 다른 전염성 질환에서도 기본감염재생산수는 크지 않다. 따라서 접종이 일부 구성원에서만 이루어지더라도 유행을 차단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서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 소아에게는 우선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면서 내가 살고 있는 공통체에 대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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