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단상(斷想)
2018년 12월 단상(斷想)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8.12.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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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세월은 뭐가 그리 바쁜지 발걸음이 쏜살같다. 어김없이 또 한 해가 간다. 새해 첫날 다짐했던 것들은 하나도 완성이 안됐는데, 다시 한번 기회도 안 주고 냉정하게 12월 마지막 날을 향해 치닫고 있다. ‘속절없는 세월’이 실감난다. 남은 4일은 더 빠를 것이다. 또 다른 새해를 맞는다는 설레임 때문에…. 
흔히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라고 한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 때론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됐고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지난 4월,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렸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단계적 군축,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을 담은 ‘4ㆍ27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5월 26일 또 만났다. 이번엔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이뤄진 2차 정상회담이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9월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사항 중 하나다.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위험 제거, 남북 경제 협력, 한반도 비핵화 방안, 김 위원장 서울 방문 등을 발표했다.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 올라 제주삼다수를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미리 준비해간 제주삼다수를 꺼내 백두산 천지에 부었다. 제주의 천연 암반수인 삼다수가 천지의 물과 하나가 됐다. 문 대통령은 삼다수병에 천지의 물을 담았다. 이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1월에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선물로 송이버섯 2톤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례로 제주감귤 200톤을 북한으로 보냈다. 삼다수와 감귤, 남북 교류에 ‘제주’가 한 몫을 차지한 올해다.

6월 13일에는 전국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원희룡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에서 원 지사는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도지사 선거는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아니면 말고’식의 비방과 폭로가 난무했다. 특히 여당 후보와 원 지사 간 10건의 넘는 고발이 접수되는 등 혼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도민들을 실망시켰다.  

후유증은 원 지사의 기소로 이어졌다. 원 지사는 지난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 지사는 이미 공개된 정책을 설명하고 확인한 정도에 불과한 사안이라며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로 끝났다. 지역구에서 25명이 당선됐고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29석으로 전체 43명의 67.4%를 점유했다. 사실상 도의회를 ‘접수’한 셈이다. 도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로 도지사를 흔들기도 했다. 무소속인 원 지사가 시험대에 올랐다.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주목된다.

2018년, 그리고 12월도 끝자락이다. 세월은 남의 사정은 봐주지도 않고 그저 앞으로만 간다. 어쩌겠냐, 또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면서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을 수 밖에….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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