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겪은 여성, 멀리있지 않아"
"4‧3 겪은 여성, 멀리있지 않아"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12.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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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민회, 제주 고령여성 구술채록 결과 발표해
결과발표회를 마친 제주여민회 회원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4‧3을 겪은 여성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례를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우리 주변부터 둘러봐야 합니다.”(이경선 제주여민회 대표)

제주 4‧3에 있어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여민회는 지난 20일 제주시 벤처마루 회의실에서 제주 4‧3을 경험했던 고령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구술채록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윤박경씨는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4‧3직접체험세대의 고령화와 이로 인한 구술채록의 긴급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향후 자료가 제주 4‧3과 여성의 생애사를 정리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머니를 인터뷰한 강은미씨는 “어머니가 4‧3 당시 집이 불타고 할머니가 창에 찔려 죽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이후 자신이 가마니에 싸서 구석에 놓여진 경험을 통해 자신이 ‘버려진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됐고 시집을 가서 가난했던 신촌에서 8군데를 옮겨 다니며 끝까지 살아오셨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결국에는 어머니의 ‘생존’에 대한 향한 끊임없는 견딤과 인내가 결국 나를 살게 하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신숙 시옷서점 대표는 “여성의 제주4‧3 피해를 살펴본다는 것은 성적유린이나 성적 학대의 사례들을 많이 발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며 “4‧3이라는 트라우마를 안고서 계속해서 삶을 이어가야 했던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4‧3에 대해 말할만한 사람과 말할만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할머니에게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증언하거나 희생의 목격자로서 증언하기만을 요구한다면 할머니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80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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