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호찌민…‘以不變 應萬變’
김구, 호찌민…‘以不變 應萬變’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12.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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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많다. 아이들이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나는 점부터 닮았다. 우리와 함께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안남국(安南國, 베트남) ()왕조의 왕자 이양곤(李陽尡)과 이용상(李龍祥)이 고려로 망명해 각각 정선 이씨,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 인연도 있다.

고려 무신정권의 실권자 이의민(李義珉)이 정선 이씨다. 그 시조인 이양곤은 안남국 남평왕(南平王)의 셋째 아들로, 고려 때인 12세기 초 금나라와의 전쟁을 피해 한반도에 들어와 경북 경주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의민은 8척 거구로 주먹으로 기둥을 치면 대궐 서까래가 움직였다고 한다. 이용상은 1253년 몽고군을 옹진에서 맞아 5개월 만에 패퇴시키는 수훈을 세운다. 고종은 그의 공을 기려 그가 살던 읍의 진산인 광대산을 고향 안남에 있는 산이름을 따서 화산으로 부르게 하고 그를 화산군에 봉했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는 붉은 바탕에 황금 빛 큰 별 하나다.

붉은색 바탕은 독립의 피, 노란 별은 황색의 아시아인을 의미하는데, 프랑스 식민통치에 저항할 때 처음 쓰였다.

이 금성홍기와 우리 태극기가 베트남 축구에 마술을 일으킨 박항서 감독(59)의 매직으로 베트남 전역에 휘날렸다. 베트남과 한국은 한 때 전쟁을 치른 사이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사회문화적 인정을 공유하게 된것 같다.

베트남은 민족적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프랑스와 미국, 중국을 몰아낸 강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독립영웅 호찌민(胡志明, 1890~1969)이 늘 강조했다는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은 현재 베트남 정신의 뿌리다.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수 만 가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10세기 이후 중국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지만 그 때마다 승리했다. 그런 까닭에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한 번도 남의 지배를 받지 않은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월남전에서 미국을 물리친 후 1979217일 중국군 6만여 명이 베트남을 침공했다. 중국군이 전쟁에 나선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었다. 베트남은 불변의 원칙, 애국애족의 일념으로 싸웠다. 중국군은 20만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조그만 친구(小朋友)’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청나라 때도 그랬다.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건륭제(乾隆帝)20만 대군으로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응수했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전을 펼쳤다. 청군은 거의 전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당했다. 송나라와 원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봐야 했다. 베트남은 이렇게 이불변 응만변의 나라다.

 

본디 이불변 응만변은 불교의 화두다. 이 말은 김구(金九) 선생이 1945년 광복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환국하던 전날 밤에 어떻게 혼란한 정세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쓴 유묵으로 잘 알려져있다. 또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치민의 유명한 행동 원칙이자 정치 철학으로 대변된다.

김구 선생도 그렇고 호찌민도 그렇고 모두 격량의 세계 정세 속에서 힘없이 갈팡질팡하던 제3세계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분들의 행동철학으로 이만한 문장이 없었을 것 같다.

올해 초 15일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이 남북 관계와 관련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말을 인용했다.

“‘이불변 응만변(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 가지 변화에 대응한다)’ 새해를 맞아 가슴에 담은 경구입니다.”

진심과 정성이라는 대통령의 남북 관계에 대한 변치 않는 원칙을 이렇게 말했다.

곧 새해다. 국민 삶이 매우 고단하다. 남북관계도 중요하지만 새해엔 불변의 원칙이 경제 살리기로 향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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