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분화구가 변하고 있다
제주 오름 분화구가 변하고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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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화산의 여신이 남겨준 각종 화산 지질·지형이 독특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지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하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거미줄처럼 펼쳐졌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섬 전체 곳곳에 오름이 솟아 있다. 특히 오름의 경우 한 지역, 그것도 섬 지역에 이렇게 많은 숫자가 분포된 곳은 제주 섬이 유일하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름은 제주도의 마지막 관광자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학자들도 많다. 오름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사후의 세계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제주 사람들과 오름은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제주 목축의 요람도 바로 오름이다.

그런데 이런 오름이 최근 들어 크게 변하고 있다. 변해도 너무 심하게 변하고 있어 이런 현장을 지켜본 도민은 물론 학계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렇게 방치한다면 조만간 제주 오름의 신비감이 사라질 것이라 걱정한다.

오름에 무엇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파괴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1960~1970년대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자는 슬로건 하에 대대적인 식목 사업을 펼쳤다. 오름마다 온 주민을 동원해 삼나무와 소나무 등 수많은 나무를 심었다. 그때 심은 나무들이 커다란 숲을 이뤄 오름을 뒤덮었다. 헐벗은 산의 녹화 사업은 성공했다.

그러나 나무를 심었으면 관리를 해야 하는데 거의 방치하듯 놓아둬 오름의 형태를 크게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나무를 잘 관리했어야 했다. 대대적인 간벌로 오름에 능선미를 지켜줘야 했고 이와 더불어 자생식물이 복원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몇 년 사이에 제주지역 기후가 온난화 현상을 보이면서 식물의 성장이 빠르기 때문인지 식재된 나무나 자연 발아 식물도 천정부지로 자라고 있다. 이런 자연 발아 식물들은 주로 분화구 주변을 중심으로 번식되고 있어 이것이 큰 문제가 된다.

오름이 신비로운 것은 바로 분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오름에 분화구가 없다면 육지부의 뒷동산 정도였을 것이다. 작지만 올라서면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어 화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구 주변 나무가 크게 자라며 신비로운 분화구의 원모습이 가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랑쉬와 저지오름, 아부오름, 왕이메 등이다.

지금껏 잘 가꿔온 나무들을 다 베어내자는 소리는 아니다. 최소한 경관을 가리는 지장목 정도는 베어내어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오름 경관이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언젠가 왕이메 분화구에 삼나무가 너무 자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자 당국에서 긴급조치를 한다고 문제가 된 삼나무는 그냥 두고 키가 작은 고유 수종을 베어낸 적이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또 오름 보호를 위해 시설 설치를 제한한다면서도 여전히 오름 주변에는 각종 시설이 들어서고 있고, 거기다가 한술 더 떠 탐방객이 늘자 편의성을 높인다며 오름을 파헤쳐 탐방로를 만들고 있다.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물론 필요한 곳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지만 주민 숙원 사업이라고 하면서 아무 곳에나 편의시설을 만드는 게 정말 필요한 일인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주 오름은 우리 대()에만 사용하고 버릴 그런 것이 아니다. 오름은 제주 섬이 가지고 있은 가장 귀한 자연유산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화산 지질 탐험에 나선 현지 학자는 오름들을 보면서 저 화산들이 앞으로 우리의 영원한 생명의 젖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제주도 오름에 대해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왜 우리 제주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을까?

그 옛날처럼 잔잔한 태역밧(잔디)과 키가 작은 볼래낭(보리수) 등 우리 고유의 나무들이 자라고 그곳에 소와 말들이 풀을 뜯는 목가적(牧歌的) 풍경.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런 오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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