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초원 달려간 곳에 호수·오름이…
광활한 대초원 달려간 곳에 호수·오름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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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동쪽 끝 돌하르방 마을을 찾아서(3)
다리강가에 있는 작은 호수. 물놀이를 하던 몽골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오름 정상에는 ‘알탄 오보’가 있다. ‘오보’는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한 상징물이다.
다리강가에 있는 작은 호수. 물놀이를 하던 몽골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오름 정상에는 ‘알탄 오보’가 있다. ‘오보’는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한 상징물이다.

기록에 따르면 몽골 고원의 첫 주인은 흉노족이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48년 흉노 국가가 남북으로 나뉘면서 패망의 길을 걸었고 이들의 뒤를 이은 세력은 몽골과 퉁구스 계통의 오환족이었습니다. 1세기 말에는 선비족이 국가를 세웠고 9세기에 이르러 마침내 몽골족이 이 일대를 평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통일 과업을 이끈 부족이 몽골부이며, 이 부족을 이끌었던 칭기즈칸(Chingiz Khan)은 몽골과 튀르크의 모든 부족을 하나로 묶어 몽골 제국 건설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13~14세기 몽골은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제국으로 성장했고 이 무렵 고려가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됐습니다. 그에 따라 제주도 역시 98년이란 세월을 몽골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몽골 초원을 달리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말과 양 떼뿐이다.
몽골 초원을 달리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말과 양 떼뿐이다.

몽골은 18세기에 접어들어 청조(淸朝)에 패하면서 처음으로 중국의 식민 통치를 받게 됐습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쓰러지자 몽골은 1921711일 독립혁명을 일으켰고 소련의 도움을 받아 19241126일 몽골 인민공화국을 선포했습니다. 소련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것입니다.

몽골은 어렵게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나 소련의 간섭을 받게 됐고 중국에 속했던 이른 바 내몽골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에 의해 식민통치를 받다가 1947년 내몽고 자치구로 편성됐습니다. 이로 인해 몽골은 나라가 둘로 쪼개져 내몽고와 외몽고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일행만을 위한 특별공연에서 몽골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인민배우 치미치예.
우리 일행만을 위한 특별공연에서 몽골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인민배우 치미치예.

수흐바토르 전화국 건물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생각하며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에 몽골에서 이름난 공연단이 우리 일행을 위해 특별공연을 펼친다고 합니다.

넓은 공연장에 일행 10여 명만 덩그러니 앉아 몽골의 전통 공연을 관람하는 특혜를 누렸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접하게 된 몽골 민속 무용과 노래. 그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역동적인 모습이 마치 초원을 달리는 말들의 기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공연의 마지막은 치미치예라는 몽골의 인민배우가 장식했습니다. 장가(長歌)에 일가견이 있다는 그 배우는 만도하이라는 몽골 전통음악을 연주해 우리 일행을 감탄케 했습니다.

다음 날 드디어 돌하르방 유적 답사를 위한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는 대초원. 어쩌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양 떼나 말 떼뿐이고 들판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펴있습니다.

목적지인 다리강가 지역에 가까워지면서 제주의 오름과 닮은 오름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해 눈길이 바빠졌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갑자기 차가 멈추고 우리 일행과 동행한 수흐바토르 문화국장이 다 함께 내리자고 합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 조용히 따라오라며 한쪽을 향해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무슨 특별한 동물이라도 보여 주려나하고 생각했는데 웬 철망이 쳐진 곳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물이 졸졸 흐르는 용천수가 보입니다.

제주의 용천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화국장이 손뼉을 딱하고 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손뼉 소리에 맞춰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른 것입니다. 알고 보니 신비한 물이라고 해 이곳 사람들이 보호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영원한 꽃’이라는 뜻을 지닌 뭉크체체크.
‘영원한 꽃’이라는 뜻을 지닌 뭉크체체크.

주변 곳곳에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습니다. 그 중 마치 종이로 만든 조화 같은 꽃들이 보여 이름을 물었더니 뭉크체체크라고 합니다. ‘영원한 꽃이라는 뜻이라는데 만져보니 물기가 전혀 없어 바스락거립니다.

다시 6시간을 차로 달려 마침내 다리강가에 도착했습니다. 석상이 많이 분포한 지역으로 주변에 오름과 호수가 있어 과거 소련군의 휴양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에서는 많은 몽골 아이들이 왁자지껄 물놀이를 즐기고 있고 주변으로 정자들이 보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자 떠들썩하게 뛰놀던 아이들은 멋지게 포즈를 취해줍니다.

초원을 달리다 잠시 쉴 때 만난 몽골 사람들.
초원을 달리다 잠시 쉴 때 만난 몽골 사람들.

이곳 다리강가에 석상이 많은 것은 주변에 알탄 오보(Altan Ovoo)’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제주의 다랑쉬 정도 높이 오름 정상에 황금색을 띤 거대한 오보가 세워져 있습니다. 오보는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한 상징물로 일반적으로 돌을 쌓아 놓는데 이곳 알탄 오보는 시멘트로 만들어졌습니다. 과거 몽골 사람들은 전장에 나서기 전 이 알탄 오보에 올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비장한 각오가 지금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초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석상들을 둘러보니 조면암으로 만들어져 있고 세미나에서 봤던 모습과 너무 달라 보입니다.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우리를 인솔한 분이 세미나에서 봤던 석상이 있는 곳은 내일 간다며 북돋워 줍니다. 저녁이 되자 이곳 마을 주민들이 우리 일행을 위해 향연을 베풀어 줘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밖을 나와 보니 넓은 초원 위로 쏟아질 듯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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