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목, 오늘날 국립종합병원 같은 시설도 들어서
제주목, 오늘날 국립종합병원 같은 시설도 들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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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의 의료기구와 그 운영(3)

의생 14명 근무 ‘심약방’ 의원·의학교육
채약정부·‘약부·약한’ 약 캐는 일 맡아
약초 재배·약재 제조 상납 ‘약포’ 등
운영양상 육지부 의료기구 ‘일맥상통’
1653년 편찬 ‘탐라지’ 의약조 수록 제주목의 의료기구와 그 소속원 관련 기록
1653년 편찬 ‘탐라지’ 의약조 수록 제주목의 의료기구와 그 소속원 관련 기록.

조선시대 제주의 의료기구는 당시 국가의 지방통치체제로 기능하던 군현제의 일환으로 마련·운영됐다. 이는 육지부 지역의 의료기구 및 그 운영양상을 들여다보면 드러나기도 한다.

조선정부는 건국된 지 6개월여가 지난 태조 2(1393) 1월 지방의 의료기구를 정비해 나아가기로 했다. 이후 각 도(), 곧 최고의 행정단위에는 의약(醫藥)을 잘 아는 의학교수(醫學敎授) 1인을 보내고 각 도의 계수관(界首官) 지역마다 의원(醫院)도 설치했다. 계수관은 각 도 단위 관내의 대읍이자 거점이 되는 곳도 일컫는다. 이들 지역은 태조 2(1393) 11월에 공식적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이때 전라도의 경우는 전주(全州나주(羅州광주(光州)가 각각 계수관 지역으로 설정됐다. 그런 만큼 전주·나주·광주는 의원도 들어섰을 것이다.

이밖에도 의생(醫生)이 양반자제 가운데 선발돼 각 군현에 배속됐다. 그래서 의학교수가 관내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의생에게 향약(鄕藥)을 가르쳤다. 또한 채약정부(採藥丁夫)도 고정·배치해 약초를 캐도록 했다. 이들은 의학교수의 처방에 따라 약재도 제조하고 그 향약이 각 도 관내 지방민의 환자에게 주어졌다. 채약정부가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그 호칭이 약부(藥夫)로 올라가 있다. 그래서 목() 이상 행정단위에는 5인을 둔다는 사실도 나온다.

이들 육지부의 의료기구와 그 운영은 제주에서도 흡사하게 이뤄졌다고 하겠다. 이들 양상을 보도록 하자.

우선 각 도 설치의 의학교수 경우는 제주목의 의학교유(醫學敎諭)와 비견할 만하다. 제주목은 태종 7(1407) 의학 관련 교수관(敎授官), 곧 의학교수의 파견을 건의했으나 그보다 낮은 직급의 의원이 오게 됐던 것 같다. 세종 13(1431)의 사실을 보자면 제주 지역은 중앙정부로부터 의학교유가 와 의료활동을 벌이나 그 임기가 1년이라 의생 가름침의 임무를 다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 의학교유의 임기도 수령과 의학 관련 교수관의 예에 따라 30개월로 연장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의 의학교유는 진상약재의 제조와 관련해 감독·심사도 행했던 것 같다. 전의감(典醫監)은 임금 하사의 의약도 관장하던 의료행정 및 의학교육의 중추기관이었다. 그 책임자가 세종 20(1438) 5월 왕에게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은 제주에서 나는 영릉향(零陵香)이란 약재의 건조법이 잘못됐음으로 7월에 훌륭한 의사를 파견해 올바른 방법으로 건조한다면 중국에서 구하지 않고도 무궁무진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대로 시행됐다. 이때는 의학교유가 제주에 왔었던 시기이거니와 그가 영릉향의 건조를 주도했다고 보인다. 그런 만큼 제주의 의학교유는 그 의료실력이 낮게 평가된 적도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실록’ 권52, 세종 13년 4월 11일조, 제주목의 의학교유 임기 등 관련 기록.
‘세종실록’ 권52, 세종 13년 4월 11일조, 제주목의 의학교유 임기 등 관련 기록.

제주 의학교유의 고과는 제주안무사, 곧 제주목사가 행했다. 그 평가기준은 의생 교육의 성과와 병자 의료 건 수였다. 특히 제주의 의학교유는 말의 동물학적 이해와 질병의 치료를 위한 마의서(馬醫書), 마의방(馬醫方)’ 교육도 의생들에게 실시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는 제주가 최고·최대의 국마(國馬) 산지였던 점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다음 각 도 계수관 지역의 의원은 제주목의 심약방(審藥房)과 비견할 만하다. 제주목의 심약(審藥)은 진상약재를 심사하는 한편 제주의 관원과 일반 백성의 의료도 맡았던 의원이다. 이 가운데 전자를 위해서 마련된 근무처와 직책이 각각 제주목의 약국(藥局)과 그 감관(監官)이었다. 이밖에도 제주의 심약은 따로 근무처가 주어졌다. 그것이 바로 심약방이었다. 여기에는 제주목 소속의 의생 14명도 근무했다. 제주의 심약방은 심약이 임상활동을 통해 의생들에게 의학교육도 행했던 곳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제주목의 경우도 나주(羅州광주(光州)처럼 의원과 같은 의료기구도 설치돼 있었다고 하겠다. 곧 제주목도 전라도의 계수관 지역과 같은 격의 의료기구가 마련·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육지부의 채약정부 혹은 약부는 제주목의 약한(藥漢)과 동일한 존재라 하겠다. 제주목의 약한은 효종 4(1653) 편찬의 탐라지(耽羅志)’에서 확인된다. 이를 보자면 제주목에는 20명의 약한이 있었다. 이들은 진상(進上)하는 약을 캐어 바치고 그 뒤에는 제주 관내에서 쓸 구급용의 여럿 약을 캐는 일을 맡았다. 제주목의 약한은 육지부의 채약정부 및 약부와 그 호칭이 다를 뿐이지 그 역할과 운영양상은 서로 진배없는 편이다.

제주에는 각종 약초를 재배하고 이를 약재로 제조해 상납하던 약포(藥圃)도 설치·운영됐다. 이는 제주성과 제주목 관내에 들어서 있었거니와 여기서는 노야기·차조기·감초·당귀 등의 17여 가지의 약초가 재배됐다. 약포 설치는 제주가 여느 지역에 비해 다양·다종의 약초가 자생했던 곳임을 방증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제주의 의료기구와 그 운영양상은 의원 파견과 의원 설치, 의생의 선발·배속, 약한의 배치, 약포의 설치 등과 같이 다양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조선시대 군현제의 일환으로 마련되고 그 범주에 들어갔던 만큼 육지부 지역의 의료기구와 그 운영양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가 국립적 운영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목은 최고의 행정단위가 아닐지언정 여느 목과는 달리 오늘날 국립종합병원과 같은 의료시설도 설치·운영되고 있었던 일은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이것도 역시 제주가 우리나라 육지부의 연안에서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격절성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제주목 관아배치도 중 심약 근무처-심약방(18세기 후반 무렵 편찬 추정의 '탐라방영총람' 내 수록).
제주목 관아배치도 중 심약 근무처-심약방(18세기 후반 무렵 편찬 추정의 '탐라방영총람' 내 수록).

   • 외래(外來) 신맛의 귤속 열매들

‘칼라만시’·‘자바라’ㆍ‘스다치’와 제주의 귤

청귤·풋귤의 분간 관련 논쟁이 천 년 전부터 시작한 이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요즘 청귤의 인기가 치솟자 온주밀감의 풋귤, 또는 수입한 푸른색 감귤 모양의 열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칼라만시’(Calamansi), ‘자바라’(じゃばら), ‘스다치’(すだち)가 이들이다.

칼라만시는 최근에야 비로소 귤(Citrus)() 갈래의 ‘Citrus mitis’와 금귤(Fortunella)속에 들어가는 금귤 간 교배가 이뤄진 잡종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잡종 표기부호(×)를 붙여 ‘× Citrofortunella mitis’라 명명하게 됐다. 이는 열대·아열대지역에 걸쳐 경작된다. 필리핀·베트남에서는 연중 볼 수 있다. 열매가 설 때는 통상 녹색을 띠고 있으나 익으면 감귤처럼 보인다. 주로 관상용나무로 애용한다. 열매는 조그맣고 둥근 파란 레몬인 라임(lime)과 닮았다. 맛이 매우 시큼하며 향기는 유자(柚子)와 비슷하다. 크기는 방울토마토만 하다. 신맛과 함께 새콤달콤한 맛도 있으며 주스, 아이스티, 샐러드, 아이스크림, 마멀레이드 등의 재료로 활용된다. 필리핀 사람은 모든 음식에 넣는 즙()으로도 애용한다.

자바라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기타야마촌(北山村)의 특산품이다. 예전에는 오직 이곳에서만 나는 신비의 과일이었으나 현재는 다른 곳에서도 난다. ‘유자‘(감귤X왕귤)잡종의 자연교잡으로 생겨났다. 학명은 ‘C. Jabara’이다.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제품이 고가(100% 과즙 300cc 당 한화 25,000원 정도)에 팔린다. 그것도 특정 시기에만 출시됨으로 사먹기조차 어렵다. 맛은 귤보다 조금 더 달다. 초밥에도 쓴다. 이름은 나쁜 기운을 뜻하는 자끼(じゃき)’와 제거한다는 하라우(はらう)’에서 (じゃ)’하라(はら)’를 따서 지었다. 여기에 연탁(連濁) 현상이 일어나 자바라가 됐다. 과피 추출물은 나리루틴과 헤스페리딘이 온주밀감보다 2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이는 꽃가루 알러지를 감소시키거니와 피부의 습윤제로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이로써 인기가 높아졌다.

스다치는 원산지가 일본이다. 맛이 시다고 해 초귤(酢橘)’이라고도 한다. 귤속 식물로 신(acid) 라임의 일종이거니와 학명은 ‘C. sudachi’이다. 제주에서도 1997년부터 산업적 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신선이 먹는 귀한 귤이란 뜻으로 영귤(靈橘)’이라 일컬었다. 보통 조미용으로 쓰거나 일부 가공식품에도 첨가하곤 한다. 11월 중순경 황등색으로 착색하면 향기와 산 함량이 떨어짐으로 껍질이 녹색일 때 수확한다.

요즘 신맛의 귤로 음료수, 칵테일 심지어 요리까지 해보려는 시도를 곧잘 행한다. 분명한 건 신맛과 쓴맛이 강하면 각종 칵테일과 다양한 음료의 향과 산뜻함을 돋워준다. 그런 만큼 수입과일보다 제주에서도 나는 신선한 풋귤이나 영귤을 활용함이 좋을 듯싶다. 더 나아가 제주 자생의 전통적 귤 가운데 하나였던 청귤을 대량 재배·활용함도 기대해볼 만하다.

'자바라' 활용 건강기능식품의 일례.
'자바라' 활용 건강기능식품의 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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