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름의 테러들
또 다른 이름의 테러들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5.11.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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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크고 작은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외부와 싸움을 치른다.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정의와 불의 등 가치와 이념은 항상 인간의 내면에서 대립한다.

테러의 역사는 오래됐다. 테러의 역사를 구약성서 창세기까지 거슬러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인류의 시조 아담은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을 두었다. 큰아들 카인은 하느님이 아벨을 편애한다고 시기한 나머지 동생 아벨을 쳐 죽인다. 이것을 인류 사상 첫 번째 살인으로 보며 일부 학자는 카인을 두고 최초의 테러리스트라고 여긴다.

테러에 대한 정의(定義)는 시대와 나라마다 달리 해석되고 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에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도심지 테러사건처럼 미리 계획된 고의적인 폭력행위나 정치적 동기에서 일으키는 폭력행위를 대표적인 테러로 보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다. 단순한 개인적인 암살이라든지 사적(私的) 단체에 의한 파괴행위는 테러라고 보지 않는다.

파리 테러사건에서 보듯이 자신들의 존재를 널리 알리거나 생각을 관철시키는 데 목적을 둔 테러행위가 최근의 추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슬람 테러단체들이다.

테러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1978년에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무자헤딘이 지하드(성전)를 일으킨다. 정권이 위태로워진 정부는 같은 공산국가인 소련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무자헤딘은 미국의 비밀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무자헤딘은 그 무기로 다시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겨냥하고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성전(聖戰)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도 종교가 틀리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하고 죽이는 살인행위를 일삼고 있다.

자신은 선량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옳은 주장을 내세운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는 불량하고 공세적이며 음흉하다고 여기는 경향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게 전쟁의 사회학습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보면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국가들이 벌이는 일련의 테러행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찌됐건 지금의 테러는 세계 패권을 놓고 싸운 미국과 구(舊)소련에서 야기됐다. 9.11 테러사건을 겪었던 미국은 나름대로 테러에 대한 방어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협조해 중동지역 전쟁에 참가한 영국이나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방어망이 허술함으로써 도심테러사건이 속수무책으로 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끝없는 피의 전쟁. 이 모든 것이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를 탐한 죄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인류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온 역사만큼 앞으로도 전쟁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악순환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한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다른 종교와 공존하는 방안이 범세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자신만이 선량하고 상대는 항상 불량하다고 믿는 편견을 가지고서는 테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이같이 총칼을 든 테러행위 말고도 또 다른 이름의 테러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폭탄을 터뜨리고 몸을 부딪치는 테러만이 테러가 아닌 세상이다. 선량한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무모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몰고 가는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와 개발을 앞세워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일방적인 행위도 또 다른 이름의 테러일 수 있다. 국가 안위와 평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멀쩡한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하는 행위,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조상대대로 생계를 꾸려왔던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에는 제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몰염치한 행정행위, 익명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악성 댓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업주(업체)들의 행태,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기는 정치판 등도 또 다른 이름의 테러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제발 어떠한 형태의 테러이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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