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랩소디
  • 제주일보
  • 승인 2018.12.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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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문다. 자연이라는 세월이 봄, 여름, 가을 동안 지천에 멋진 그림을 실컷 그려 놓더니 12월이란 마지막 달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그렇게도 빠르게 말이다.

좀 천천히 해도 되는데 세월이라는 것이 쏜 화살 같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누가 나이를 묻거든 나도 왕년에 25살이었소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이런 계절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씩 봤다. 외롭고 쓸쓸했을 법한 계절에 명작을 만났기에 그나마 다행스럽게 마음이 푸근해졌다. 늘 그렇듯, 명작 감상은 짜릿하고 흥분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태생으로 영국에서 차별을 당하며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프레드릭 버사라는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을 이끌게 된다.

그는 부적응자였다. 이민의 부적응도 그렇거니와 동성애자로 사회적 부적응자로 살았다. 자신의 성향과 다른 록그룹이 하지 않는 새로운 음악 시도 등은 평생에 걸쳐 그를 사회적으로 적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부적응자들을 위한 음악을 하는 부적응 Queen’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어쩌면 그의 삶은 사회적 관습과 편견, 차별, 부당함 등에 대한 반항이자 록 스피릿 그 자체였다.

퀸의 다른 멤버들 역시 부적응자이긴 마찬가지.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전자공학을 전공한 베이스리스트 존 디콘, 치의학을 전공한 드러머 로저 테일러. 이들은 모두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는 차별화된 음악을 시도하면서 부적응을 분출해낸다. 퀸을 등지고 솔로 앨범을 내려던 프레디는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함께했던 가족 퀸, 애인 메리의 곁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마지막 20여 분이 압권이다. 퀸의 전설적인 공연인 ‘Live Aid’로 마무리되는데 가히 떼창이 가능하도록 전율을 만들어낸다. 영화 제목인 보헤미안 랩소디로 시작으로 하는 이 공연은 첫 소절에서부터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다.

이게 현실인가 아니면 그저 환상인가/산사태에 휩쓸린 것 마냥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네/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총구를 그의 머리에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죠~’

한 편의 오페라를 연상시키면서 불교적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어 라디오 가가’, ‘위 아더 챔피언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자를 위한 시간은 없어 그러니 여기 살아 이렇게 살아남은 우리는 모두 챔피언이야를 외칠 때 관중 모두가 일어서서 열광한다. 퀸은 그렇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머큐리는 19911147세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머큐리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지 보헤미안~’에서 너무 늦어 버렸어, 내 차례가 오고 있어. 등골이 오싹해지고, 항상 몸이 아파와. 모두들 안녕, 난 가야 해. 너희 모두를 등지고 떠나 난 진실을 봐야 하니까. 엄마, 난 죽고 싶지 않아. 가끔 난 내가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었기를 바랐어라고 불렀다.

지난달 24일 사망 27주기를 맞아 본 영화이기에 더욱 가슴이 찡했다. 음악영화로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관람객이 600만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했을까. 가사 중에는 보헤미안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전혀 없다. 알다시피 보헤미안은 체코의 보헤미안 지방에 사는 유랑민족이고, 프랑스인들은 그들을 집시라고 했다. 영어로는 방랑자(Vagabond)를 뜻한다.

이들에게 머큐리가 랩소디를 붙였을 뿐인데 불후의 명작이 됐다. 인간은 어느 날 매뉴얼도 없이 세상에 내던져져 방랑자로 살아간다. 한 번 왔다가 떠나는 삶이지만, 그 과정에는 감동이 있어야 할 테고 기승전결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나름 자연의 명품을 만들어 냈던 2018년이 떠나려 한다. 보헤미안처럼 랩소디만 남기고. 이제 1년의 마지막 방점, 한 해의 기승전결 중 마무리()’를 할 때인가 보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서다들 열심히 한 해를 달려왔을 터. 과연 인생 명작이었을까.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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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순 2018-12-10 16:16:13
와우~~~그 감동은 제주에서나 서울에서나 물결치는 가 봅니다~^^저도 그 영화 봤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황홀함이었습니다. ~~레디오 구구~레디오 가가~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