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와 공무원들을 뭘로 보는가
서귀포시와 공무원들을 뭘로 보는가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8.11.14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쾌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종료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일부 도의원들의 도를 넘은 발언은 좋게 해석을 하려 해도 답이 안 나온다.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다.
“항간에 출마설이 있는데, 미래 권력으로 조직을 장악할 건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지난달 19일 A의원이 양윤경 시장에게 던진 말이다. A의원은 양 시장의 공무원 조직 장악력 부족을 지적하며 말을 꺼낸 것 같다. 그러면서 “공직사회는 미래 권력에 대한 충성도도 있다”고 했다. 양 시장이 임기를 마치고 국회의원같은 선출직에 출마한다고 해야 공무원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대체 공무원들을 뭘로 보는가. 그러면 시장을 그만 두고 어떤 직에도 출마하지 않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공무원들은 시장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인가?
A의원의 출마설 질의에 양 시장은 선출직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A의원은 “미래 권력을 포기했다면 세부적으로 업무를 파악해라. 업무를 파악하면 조직 장악은 자연스럽게 된다”고 주문하며 질의를 끝냈다. 빨리 업무를 파악하고 소신있게 시정을 펼치라고 하면 될 걸 미래 권력이 어떻고 하며 양 시장의 의중을 떠 봐야만 했는가.
이날 B의원은 한술 더 떴다. B의원은 양 시장이 임기를 마치면 자연인으로, 농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소신을 다해서 시정발전에 임하다가 자연인이 되겠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주변의 뜻이 그렇다면 조금은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의례성 멘트라도 해야 공직자들이 혹시 (선출직에)나올 건가해서 따라온다. 미래 권력에 조금이라도 여운이 없다면 결코 따라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시장과 공무원들 앞에서 무슨 강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양 시장에게 선출직에 출마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답변할 때는 이렇게 해야한다고 친절하게(?) 가르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귀포시와 시장, 공무원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서귀포와 시청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막말까지 한 의원도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C의원은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서귀포에 재활병원 만들어 주고, 서귀포의료원 의사들의 연봉이 전국 최고인데 맨날 어렵다고만 한다”며 “이럴거면 서귀포 없애야 겠다. 시청을 없애버려야 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내 귀를 의심했으나 정확한 워딩이었다. 재활병원 만들어 주었으니 고분고분 말만 잘 들으라는 얘긴가? 서귀포의료원 의사들의 연봉이 전국 최고이니 아무 소리 말라는 것인가? 서귀포와 시청을 없애버리겠다니. 잘 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지만 도가 지나친 막말이다. 서귀포시와 공무원, 그리고 18만 시민을 무시한 아주 위험한 발언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제주시 지역에 선거구를 두고 있다. 서귀포시와 1800여 공직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할 때 서귀포 출신 도의원들은 뭘 했는가. 제 식구라서 아무말도 못했는가? 서귀포와 시청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막말까지 나왔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다.
참다 못한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발끈했다. 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서귀포시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도의원은 행정시를 무시하고 소속 공무원을 인격적으로 깔아뭉개도록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물의를 일으킨 해당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의회에서도 다시는 이런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의회가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회피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도의회가 도민의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분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의원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발언의 취지는 그게 아니라는 해명도 없다. 서귀포시와 공무원들을 뭘로 보는가.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일이다. 도의원은 권력이 아니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