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회주의의 오늘과 내일
쿠바 사회주의의 오늘과 내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1.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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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연세대 명예교수/전 연세대 부총장

카스트로의 사회주의혁명이후 54년간 단절되었던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고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대사관이 재개설되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쿠바에 관한 언론보도가 많아지고 경제와 관광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쿠바는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없는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이기에 방문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얼마 전 아바나를 돌아보며 가진 인상은 “사회주의를 하면 이렇게 망한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주는 전시관이라는 점이었다. 시내를 다니며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수십년동안 수리나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페인트칠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 듯해 시가지 전체가 낡고 퇴락한 분위기였다.

시내 중심가의 대로변 곳곳에는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가 그대로 널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뒷골목의 주거용 집들의 일부는 붕괴위험 때문에 도저히 살아서는 안될 것 같은 어두컴컴한 집에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붕괴직전의 쿠바 사회주의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듯 했다. 아바나가 이처럼 퇴락한 도시가 된 이유는 집수리나 치장을 하고 싶어도 시멘트나 목재, 페인트 등의 물자가 부족한 것이 이유인 듯 했다.

쿠바인들이 살고 생활하는 퇴락한 도시와 건물에 비해 바닷가 바로 옆의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은 외관이 유리로 번쩍이는 최신형 최고층 건물이었다.

외국인만이 투숙할 수 있는 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우리나라의 최고급 호텔들에서 제공되는 음식들과 큰 차이가 없어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는 일반 국민들이 생활하는 남루한 거리 근처에서 외국관광객들은 선진 자본주의국가의 최신 숙박시설과 음식을 즐기는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혁명의 대표국가이고 세계 최장수의 독재자였던 카스트로의 국가인 쿠바는 여러 면에서 특이했다. 며칠 동안 돌아본 시내에서는 마르크스나 레닌 등의 공산주의 지도자의 동상이나 흉상을 한 개도 볼 수 없었고 카스트로의 동상이나 흉상 또한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이들의 동상뿐만 아니라 얼굴이 있는 사진이나 현수막 같은 것도 볼 수 없었으며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평양의 건물들에 붙어 있는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자’거나 ‘미제를 박살내자’라는 등의 체제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 선동 구호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쿠바에서는 사회주의가 완성되어 더 이상 사회주의혁명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이나 선동이 불필요해서라기보다 쿠바정부나 국민들은 이제 사회주의에 관심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 쿠바인에게 들은 바로는 쿠바에 카스트로동상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카스트로가 자기 죽기 전에는 동상이나 흉상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란다.

또한 2008년부터는 건강이 악화된 형 피델의 뒤를 이어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에서도 북한과 같이 족벌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쉬우나 카스트로의 가족 중 라울을 제외하면 국가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자식들은 보통 국민들이 다니는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다. 카스트로 형제가 54년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도 3대세습을 하고 있는 북한과 똑 같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쿠바에 가면 사회주의혁명을 신봉하는 세계의 철없는 좌파들이 우상으로 떠 받드는 체게바라의 사진이나 동상 등이 곳곳을 도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아바나 중심부의 거리에서 체 게바라를 본 것은 혁명광장 앞에 있는 정부건물 외벽에 검은 철선으로 체 게바라얼굴을 실루엣으로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이 유일했다.

그 외에는 쿠바국민들이 도대체 체 게바라 라는 사람을 알고나 있기는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체 게바라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고 체 게바라는 외국인들로 붐비는 관광지 가게의 사진, 엽서, 티셔츠 등의 기념품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쿠바의 현실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재개하도록 만들게 한 것 같고 개방과 개혁을 급속하게 추진할 쿠바를 몇 년 후에 방문하게 되면 사회주의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하이나 북경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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