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의 사회주의혁명이후 54년간 단절되었던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고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대사관이 재개설되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쿠바에 관한 언론보도가 많아지고 경제와 관광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쿠바는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없는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이기에 방문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얼마 전 아바나를 돌아보며 가진 인상은 “사회주의를 하면 이렇게 망한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주는 전시관이라는 점이었다. 시내를 다니며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수십년동안 수리나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페인트칠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 듯해 시가지 전체가 낡고 퇴락한 분위기였다.
시내 중심가의 대로변 곳곳에는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가 그대로 널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뒷골목의 주거용 집들의 일부는 붕괴위험 때문에 도저히 살아서는 안될 것 같은 어두컴컴한 집에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붕괴직전의 쿠바 사회주의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듯 했다. 아바나가 이처럼 퇴락한 도시가 된 이유는 집수리나 치장을 하고 싶어도 시멘트나 목재, 페인트 등의 물자가 부족한 것이 이유인 듯 했다.
쿠바인들이 살고 생활하는 퇴락한 도시와 건물에 비해 바닷가 바로 옆의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은 외관이 유리로 번쩍이는 최신형 최고층 건물이었다.
외국인만이 투숙할 수 있는 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우리나라의 최고급 호텔들에서 제공되는 음식들과 큰 차이가 없어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는 일반 국민들이 생활하는 남루한 거리 근처에서 외국관광객들은 선진 자본주의국가의 최신 숙박시설과 음식을 즐기는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혁명의 대표국가이고 세계 최장수의 독재자였던 카스트로의 국가인 쿠바는 여러 면에서 특이했다. 며칠 동안 돌아본 시내에서는 마르크스나 레닌 등의 공산주의 지도자의 동상이나 흉상을 한 개도 볼 수 없었고 카스트로의 동상이나 흉상 또한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이들의 동상뿐만 아니라 얼굴이 있는 사진이나 현수막 같은 것도 볼 수 없었으며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평양의 건물들에 붙어 있는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자’거나 ‘미제를 박살내자’라는 등의 체제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 선동 구호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쿠바에서는 사회주의가 완성되어 더 이상 사회주의혁명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이나 선동이 불필요해서라기보다 쿠바정부나 국민들은 이제 사회주의에 관심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 쿠바인에게 들은 바로는 쿠바에 카스트로동상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카스트로가 자기 죽기 전에는 동상이나 흉상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란다.
또한 2008년부터는 건강이 악화된 형 피델의 뒤를 이어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에서도 북한과 같이 족벌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쉬우나 카스트로의 가족 중 라울을 제외하면 국가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자식들은 보통 국민들이 다니는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다. 카스트로 형제가 54년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도 3대세습을 하고 있는 북한과 똑 같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쿠바에 가면 사회주의혁명을 신봉하는 세계의 철없는 좌파들이 우상으로 떠 받드는 체게바라의 사진이나 동상 등이 곳곳을 도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아바나 중심부의 거리에서 체 게바라를 본 것은 혁명광장 앞에 있는 정부건물 외벽에 검은 철선으로 체 게바라얼굴을 실루엣으로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이 유일했다.
그 외에는 쿠바국민들이 도대체 체 게바라 라는 사람을 알고나 있기는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체 게바라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고 체 게바라는 외국인들로 붐비는 관광지 가게의 사진, 엽서, 티셔츠 등의 기념품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쿠바의 현실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재개하도록 만들게 한 것 같고 개방과 개혁을 급속하게 추진할 쿠바를 몇 년 후에 방문하게 되면 사회주의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하이나 북경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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