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은 ‘사유 재산’이 아니다
사립 유치원은 ‘사유 재산’이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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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은 사유재산인가. 최근 사립유치원 연합단체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는 보도를 보며 느낀 의문이다.

정부는 전국 4220곳 사립유치원에 매년 누리과정 예산으로 2조원을 지원한다. 국민의 혈세인 이 돈은 각 유치원 운영자금의 45% 정도를 차지한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는 이 예산을 놓고 주어야 된다느니 왜 우리 예산으로 주어야 하느냐느니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립 유치원 수입의 절반가량을 국민 세금에 의존하다 보니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파행 때마다 이른 바 보육대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유치원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립 유치원들은 결국 마지 못해 내어준 예산을 내 맘대로쓰고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27개 유치원이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주의 49(신분상 주의 1), 시정 14, 경징계 4, 중징계 2건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A유치원이다. 이 유치원은 어머니와 딸이 원장과 교무부장이다. 그런데 이 유치원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면, 물량산출 근거, 내역단가 산출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

공사의 규모와 예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발주서류도 구비하지 않고, 공사내역도 없이 시설비를 집행했다. 또 공사대금 12816177원을 제3의 인물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모녀 사이인 원장과 교무부장이 공동 소유한 토지에 천연잔디와 운동기구를 식재·설치하고 토지 임대료 2000만원을 원장 개인 통장으로 받기도 했다. 이게 말 그대로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전수조사도 아닌 교육청이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해 이뤄진 조사 결과에서 이런 비리가 나타나고 있으니 만약 전반적인 조사가 실시된다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하다.

모든 초··고교와 국·공립유치원은 회계 흐름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쓰고 있다. 그런데 사립유치원만 민간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사립학교법 상 엄연히 학교로 분류돼 있는데 특수성을 이유로 회계 관리의 예외 영역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물론 사립유치원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위법행위에는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도 포함됐을 수 있다. 또 국공립유치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큰 몫을 책임져온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공공의 감시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 곤란하다.

사립 유치원은 원장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이다.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도 모든 사립 교육기관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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