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 행감증인 못 부를 이유 없다
'잘못된 정책’, 행감증인 못 부를 이유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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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자본이 빈약한 제주의 입장에서 볼 때 결국 외부에서 대자본이 들어오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렵다.’ 이 논리는 어느 모로 보나 당연한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이 논리는 적지 않은 ‘함정’을 갖고 있다. 이는 개발 불가피론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제주의 환경자산이 잠식되는 것을 합리화 시켰다. 그 결과 제주 자연은 만신창이가 됐다. 또 사후 관리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을 밀어 붙인 결과 제주사회가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지금 맞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이번 주부터 진행되는 행정사무감사 기간 대규모 개발사업에 연루된 전․현직 도지사를 포함한 공무원 출신 민간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신화역사공원 하수역류 사고다. 도의회는 신화역사공원은 물론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춰볼 예정이다. 도의회가 채택한 증인과 참고인은 20명이 넘어선다. 원희룡 지사를 비롯해 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를 부른다. 김한욱 전 이사장을 비롯해 JDC 전·현직 임원에 대해서도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는 물론 사업계획 변경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적절했는지 따질 예정이다.

이유 없이 행감에 불출석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지만, 이들이 실제 참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끝난 것으로. 행감에 출석하더라도 도의원들의 일방적 질책에 망신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현직 지사를 비롯해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행감 출석요구는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왜냐면 실제 이들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업에서 많은 문제들이 사후에 드러나고 있으며, 나타난 문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래에 이뤄질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정책결정이 보다 신중해 지고 엄격해져 유사 사례를 근절시킬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곧 사회정의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번 도의회의 결정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에서는 언제든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의의 전당’으로 불러 잘잘못을 추궁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 한편 이번 기회에 도의회는 스스로의 역할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도의회는 해마다 도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해 심지어 예산심사와 결산검사 또는 현안청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을 ‘그 때는 몰랐고 이제야 알았다’고 한다면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는 최근 무산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조사 무산 파문 등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 위한 물타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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