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를 통한 제주문화의 영구적 보전 방안
제주어를 통한 제주문화의 영구적 보전 방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8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예실 제주한라대 관광일본과 교수·논설위원

올해로 572돌의 한글날을 맞이했다.

우리는 민족의 진정한 힘은 무력도 경제력도 아닌 문화의 힘이라는 사실과 언어가 아니고서는 민족 문화의 맥을 그 무엇으로도 이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인류의 다양한 문화의 소멸이 예견되어졌고, 그 핵심에 언어의 소멸이 부각됐다. ‘언어의 소멸은 인류 문화자원의 멸종을 인지하게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고유 문화의 전통을 드높이는 학교 교육 개혁과 새로운 교육과정 개설 등 자국어와 지역언어 문화를 보호·육성하는 정책에 박차를 가한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이미 제6차 교육과정(1992)에서 지역화 교육을 새로운 깃발로 내세웠고, 7차 교육과정(1997)에서도 국어 교육의 지역화와 지역문화 교육의 방침을 더욱 굳히도록 요구되어져 왔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문화와 한국어의 해외 전파를 위해 한국문화원, 한국어학당 설립 및 운영을 통해 인력·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지역문화 및 지역어 정책은 자료 구축 사업에 불과해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자체적으로 지역 실정에 맞게 해당 지역 문화 및 지역어 보전 정책을 추진할 따름이다.

유네스코가 추정한 지구 상 언어의 범위는 약 6000~7000개로, “이들 언어 중 다수의 언어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고 최악의 경우 10~20%의 언어만이 살아남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미 제주어도 2010년 유네스코 소멸 위기 4단계언어로 분류·등록되고 말았다. 신화·역사·전통문화·교훈 등 제주의 정체성과 제주의 얼이 담긴 제주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 도민의 13%(1만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주어는 다른 지방어와 달리 중세 국어가 보전되어 있고, 훈민정음 창제 당시 아래아발음이 남아 있어 제주어 사용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발음해 구분 짓고 있으며, 독자적이고 독특한 품사와 한문과 외래어 차용이 가능하며, 일부 표준어를 차용하면 모든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독특한 ’, ‘을 매개로 한 시제 구분이나 때가림소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어미 활용이 가능하다고 국어학계와 제주어 연구자들은 강조한다.

이러한 제주어의 우수성과 가치에 대한 조명 시기는 1950년대부터 일부 방언 전문 연구자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 후 2002년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 표방과 외국어 상용지역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2010년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된 이후 제주어 보전 방안이 급부상하면서 제주의 정체성을 언어에서 찾으려는 다양한 보전 방안들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어는 무형문화재로 제주의 자연유산만큼이나 가시적 화폐가 드러나지 않아 그 존재를 널리 알리고 사용해 체계적으로 보전하지 않으면, 언어의 사멸은 면하기 어렵다.

이에 제주도에서도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로 진단 전인 20079제주어 보존 및 육성조례를 제정, 매년 10월 첫째 주 탐라문화제기간을 제주어 주간으로 지정했고, 이 조례는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5년 단위로 수립함을 명시하고 있다.

2010년 소멸 위기 진단 이후 제주어 보전육성조례를 일부 개정, 제주어 보전 육성위원의 기능 강화 및 제주발전연구원부설 제주학연구센터가 운영·지원되면서 제주어 표기법 제정, 제주어 기초어휘 선정, 제주어 교재 개발 등에 인력·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제주도의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의 관련 기사 및 캠페인 퀴즈와 제주어를 활용한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 등을 비롯해 민간단체인 제주어보전회에서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 선생 육성, 제주설화채록, 덩드렁마께 발간, 제주어 표기법 토론회 및 제주어 보전 방안을 위한 관련 세미나 등의 개최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제주어 상용화를 위한 환경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일부분 구축되어 있지만 제주어를 통한 제주문화의 영구적 보전을 위해서는 제주도의 행정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제주어와 제주문화에 자존감을 부여할 수 있는 도민의식제고와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인 제주어 활성화 정책으로 제주어 보전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각계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