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카페하기
제주에서 카페하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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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천둥벌거숭이로 뛰어 놀던 철부지 시절 제주의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금은 갯가에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놓고 놀이터 삼던 한갓졌던 바다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해안도로가 들어서면서부터 잘 정리된 땅에는 온갖 상업 시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 정보에 따르면 최근 인구 수 대비 카페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밀집률, 가구당 카페 수 역시 제주가 1위다.

창업 아이템 중에서도 커피사업이 가장 관심이 뜨거운 종목이라 삼다도를 달리 사다도(四多島)’라고 할 만큼 제주의 카페 창업 바람은 정말 거세다.

제주에 카페 붐이 가장 먼저 일기 시작한 곳은 2012년 즈음 바다가 예쁜 월정리에서 였다.

이곳의 해변은 한 때 한적하면서도 경관이 수려해서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던 곳인데, 순백의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에 매료된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해안도로를 따라 앞 다퉈 생겨난 수많은 카페들은 오션 뷰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곳이 어느새 유명 관광지로 변해 있었고, 수용 능력을 벗어 난 마을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카페에 앉아 향기로운 한 잔의 커피를 음미하면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카페들은, 커피도 즐기고 덩달아 즐거운 인생 샷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포토존까지 만들어주면서 홍보에 열심을 냈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월정리가 이같이 매력적인 장소가 되면서부터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3.3m²30~40만원에 불과하던 땅값은 언제부턴가 10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고, 새로 생기는 카페들은 중심 상권의 높은 땅값과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마을 안과 외곽으로 점점 더 지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월정리는 외가가 있는 곳이어서 여름방학만 되면 그곳 나들이에 나섰던 아내는 어린 시절 아름다웠던 그 바다와 마을길을, 별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지금의 월정리는 천지개벽한 아주 낯선 곳이 됐다.

카페를 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외지인이다. 이들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힐링의 욕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이곳이 카페를 창업하기에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또한 시골이라 웬만한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카페 창업 욕구를 부추겼다.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월정리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여유 있게 제주에서 카페나 하며 살자에 자신의 인생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처럼 제주에서 카페를 한다는 것은 결코 여유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사업적으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바닷바람이 마냥 시원하기만 하겠지만, 사시사철 이곳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염분을 잔뜩 머금은 바람으로 인한 시설 관리의 어려움, 매우 까다로운 인력 수급의 문제, 그리고 높은 운영비와 현지인과의 부조화 등 뛰어 넘을 수 없는 온갖 어려움이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도 제주는 카페 바람에 몸살을 앓는다. 이제는 해안가에서 중산간 지역으로 지경이 넓혀지고,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낭만적인 제주살이에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이들의 감성적인 접근은 자신들에게도 문제가 될 뿐더러 제주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카페 하기는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감으로만 진행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행과 커피는 낭만이지만, 카페사업은 현실이고 또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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