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3주년을 되돌아보고 다짐한다
창간 73주년을 되돌아보고 다짐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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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가 창간 7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창간 75주년을 맞게 됩니다. 결혼기념일을 25주년 은혼식, 50주년 금혼식, 75주년 금강혼식, 즉 다이아몬드 웨딩(Diamond Wedding)이라고 하듯 신문의 역사도 독자와 만난 지 25주년, 50주년, 75주년을 기념합니다. 이런 점에서 곧 다가올 2020101, 창간 75주년은 금강(金剛)의 연륜, 결코 부서지지 않는 다이아몬드파운데이션(Diamond Foundation)의 의미가 됩니다.

돌이켜 보면 제주일보 창간 기념일이 1945101일이 된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19457월 패망을 앞둔 제주도 주둔 일본군이 일어로 된 신문인 濟州新報(제주신보)를 창간하고 일본군의 사기를 선동하고 전승(戰勝) 결의를 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한 달쯤 지나 815일 일본이 패망했습니다. 조국 광복을 맞자 濟州新報에 있었던 조선인 기자들은 우리 글 조선어 신문을 만들자며 濟州民報(제주민보)’ 창간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글 언론 창달의 열정만 높았을 뿐, 돈도 시설도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기자들은 1939년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으로 관덕정 뒤 제주읍사무소 뒷쪽 땅 속에 파묻었던 한글 활자를 다시 파내었습니다.

간신히 한글 활자는 확보했으나 인쇄시설이나 제호를 구워낼 주조판을 확보할 길이 없었습니다. 창간호 발행이 계속 늦어지자 기자들은 일본군 일어신문 시설을 이용하기로 하고, 신문인쇄 틀과 제호 濟州新報를 그대로 둔 채, 본문 활자만 조선어 활자로 바꾼 뒤 101일 창간호를 발행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73년 전 그 날 우리말 조선어 신문의 탄생은 눈물과 감격의 창간이었을 것입니다.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 살다가 비로소 이제부터 우리 말과 글로써 언론을 창달해, 민족혼을 유지하고 자주 독립국가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945101일의 의미는 우리 글을 보존하고 새 나라를 세우고 지키려는 우리 제주인들의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그 후 한자로 된 제호 濟州新報19621120일까지 계속 사용되다가 역시 한자 제호인 濟州新聞(제주신문)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다시 199611濟州新聞은 전면 가로쓰기와 순 한글 사용을 선언하고, 제호를 한글로 제주일보로 변경했습니다.

찬찬히 지나 온 73년의 역사를 더듬으며 새삼스러운 감회에 잠기는 것은 연속적인 고난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못다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영광이 큰 만큼 질곡도 컸습니다. 그렇게 일진일퇴하는 가운데 73년의 연륜은 상처투성이기는 하나 제주일보는 그 나름의 품격이 있는 신문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제주일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73년 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신문 제작에 참가한 수많은 사원들이 언론 창달의 신념으로 헌신해 왔다는 전통입니다. 다른 하나는 독자 여러분이 73년 동안 끊임없이 성원과 편달을 보내준 덕택입니다. 그것은 신문의 역사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독자의 신문 제작 참가라고 할 것입니다.

독자의 성원은 직접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채찍질은 안일을 반성케 하고 실의(失意)를 어루만져주는 더없는 활력소로 작용합니다.

제주일보의 자랑은 그러한 성원과 편달을 보내주는 독자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독자들의 협력은 앞으로도 내내 제주일보의 전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국과 겨레, 제주도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다시 한 번 겸허한 마음으로 제주일보 3대 사시(社是)를 재확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일보 창간 73주년 축하 전문을 통해 “1945년 광복과 함께 창간된 제주일보는 지난 73년간 제주도민과 함께 하며 제주의 발전을 이끌어온 지역의 대표 정론지라며 정론직필(正論直筆), 민권수호(民權守護), 성실봉사(誠實奉仕)를 사시로 늘 독자의 편에 서서 언론의 사회적 소명과 책임을 다해왔다고 치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도 제주일보가 지역 언론의 대표주자로서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새롭게 열리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향한 충실한 안내자로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끄는 훌륭한 선도자로서 언론의 시대적 사명을 다해주시길 기대한다는 당부의 말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보낸 이런 치하와 당부는 우리에게 73년의 전통지답게 올곧은 언론의 길을 가라는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느쪽에도 치우치니 않는 불편부당한 자세로 올바르게 보도하고, 지나치지도 처지지도 않는 정론을 펼 것을 독자와 도민들 앞에 다짐합니다. 정치권력과 금력에 의연할 뿐 아니라 부당한 다수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결코 영합하지 않고 도민의 이익을 수호할 것입니다. 자유를 옹호하되 방종을 두둔하지 않을 것이며 다양성과 무질서한 혼란을 엄격히 구별하여 성실히 봉사할 것입니다.

물론 언론 상황이 그러하듯 우리의 앞날이 그렇게 순탄만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주일보는 언제나 도민을 생각하고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용기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오기뿐인 만용을 부리며 자기 멋에 겨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좌우(左右) 균형의 감각과 조화를 존중하는 평상심을 견지해 나갈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부터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이상에 접근할 것입니다. 거듭 다짐하거니와 정확한 보도와 중용을 잃지 않는 주장을 펴나가리라는 결의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창간 75주년, 창간 100년을 바라보며 우리는 더욱 언론 본연의 사명과 민족적 염원에 충실할 것을 기약하며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의 변치 않는 격려와 성원, 편달을 바랍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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