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미협상을 새롭게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위한 ‘비핵화-남북 화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작동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 세계에 선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북미협상 진전이라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문 대통령의 능라도 5·1경기장의 ‘전쟁 없는 한반도’ 연설과 같이 ‘한반도 평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 ‘한라-백두’ 남북교류의 상징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한라-백두’였다. 남북 두 정상이 우리 민족과 고락(苦樂)을 함께 해 온 백두산을 함께 오르자 연내 서울 답방 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기정사실화되면서 더욱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능라도 5·1경기장의 대집단체조 공연 관람 후 가진 역사적인 연설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으로 시작됐고 ‘빛나는 조국’ 공연의 거대한 카드섹션에서도 ‘한라-백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평화의 섬’ 제주의 한라산이 백두산과 함께 민족의 상징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으로, 1999년 시작됐다 중단된 ‘북한 감귤보내기’ 등 제주도의 ‘5+1 대북 교류협력 사업’이 더욱 발 빠르게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5+1 대북교류사업’은 ▲감귤 보내기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개설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협력 ▲제주포럼 북측 대표단 참석 ▲남북한 교차 관광과 함께 ▲에너지 평화 협력 등으로 청정에너지 산업을 통한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먹는 샘물 공동 개발 등이다.
■ 제주, 남북교류 12년 노하우가 있다
3차 정상회담 이후 여러 자치단체가 앞다퉈 남북 교류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제주는 명실상부 남북 교류협력의 대명사다. 1999년 1월 지방비와 제주도민의 성금을 모아 남북 교류협력과 동포돕기 차원으로 감귤 100t을 북한에 보낸 뒤 12년간 사업을 유지해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에 따라 교류협력 사업 역시 전면 중단되긴 했지만 감귤에 이어 당근과 흑돼지, 마늘과 겨울옷, 의약품, 목초 종자, 자전거 등으로 민간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북측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4차례에 걸쳐 제주도민 836명을 초청, 물자에 이어 사람 왕래까지 이어나가는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 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특히 2015년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가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대북지원 20주년을 기념하는 ‘민족화해 제주포럼’을 개최하고 대북교류사업을 더욱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중단된 남북교류의 새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을 포함해 자립형에너지 조성모델을 북측에 적용하는 것까지, ‘남북 교류협력 5+1 사업’ 구상이 확정됐다.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막후 역할을 했던 문정인 교수는 당시 “명실상부 남북교류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제주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제주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문 교수는 “감귤과 당근, 흑돈 종자 등 유엔 제재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류를 우선 재개”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제주의 노하우가 남북교류 창구에서도 크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감안, 교류협력의 실질적 범위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 대북제재 감안, 현실성 있는 범위 고려해야
문 대통령은 방북일정을 마무리해 20일 서울로 귀환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보고를 통해 “남북대화와 협력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지자체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조건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중단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와 함께 문 대통령이 신경제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서해 경제공동특구, 동해 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경제협력 플랜도 설명했다.
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도 담겨져 있다. 말 그대로 남북 교류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만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전망과 함께 5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제재 유지’ 시그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에 대해 지나치게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며 “무기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면, 인도주의적 범위 안이라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남북교류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