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흑우를 아시나요?
제주 흑우를 아시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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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철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논설위원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으며 알고 있다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이 노래는 1989년 가수 이동원이 불러 화제가 됐으며 가사는 1920년대 쓰인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노래로 부른 것이다. 박목월 시인이 남긴 유명한 동요 송아지에도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며 얼룩소가 등장한다.

이 시에서 얼룩빼기 황소는 어떤 소일까? 흔히들 알고 있는 외국 젖소인 홀스타인일까? 여기서 말하는 얼룩빼기 황소는 우리나라 한우 중 칡소를 말한다. 무늬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해서 호반우라고도 한다. 한우는 국내에서 나고 자란 우리나라 고유의 소 품종으로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는 누렁소 한우 외에도 칡소, 흑우, 백우 등이 있다.

이 중에 제주에만 있는 제주 흑우는 일반 흑우와 구별되는 제주만의 한우품종이다. 제주 흑우는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념에 사육 기록과 임금님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남아 있어 문화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 이러한 제주 흑우의 가치가 인정돼 2013년도에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옛날부터 다양한 색깔의 소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육돼 왔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수탈로 1910~1945년 기간 중 약 150만 마리의 우리 한우가 일본으로 반출됐으며 이 당시 만들어진 한우 심사표준에 조선 한우의 모색을 적색으로 한정해 다른 털색을 지닌 소들을 인위적으로 사라지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 흑우 역시 2008년에 96두만이 남아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해졌었다.

이후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현재까지 제주 흑우 보존 증식사업을 통해 현재 1700여 마리로 증식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종 보존을 위해서 제주 흑우 원종을 사육 중이며, 제주대학교 내에 제주흑우연구센터’(센터장 박세필교수)가 설립돼 대량 증식 사업과 산업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산업화 노력으로 제주 흑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에서 도축된 한우 약 5500두 중 제주 흑우는 약 300두로 5.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1마리도 도축이 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게 해서 언제 제주 흑우를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런 만큼 제주 흑우의 맛은 명품이라 할 수 있다.

흑우 하나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에서도 이러한 유명세로 인해서 다양한 브랜드의 와규가 생산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특화시켜 판매를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1년에 300두 정도만 생산되는 와규 올레인 55’라는 브랜드가 있다. 일본의 와규는 높은 마블링과 우수한 풍미, 식감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지만 판매용으로 생산된 와규 중에서도 올레인산 함량이 55% 이상인 고기만 선별해 특화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의 하나인 올레인산은 소고기의 풍미를 증진시키고 감칠맛을 내는 주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제주흑우연구센터 연구 결과 일반 소고기의 올레인산 함량이 약 48% 인데 반해 제주 흑우는 평균 54%로 나타나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세계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주 흑우산업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제주 흑우는 강건하고 질병에 강해 제주의 거친 환경에 잘 적응했지만 체구가 작고 성장과 발육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런 이유로 대량 증식이 어렵고 개체 수 부족으로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균일한 품질을 가진 제주 명품 흑우 브랜드를 위한 생산 기반이 취약한 단점을 안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진행 중인 제주 흑우 증식 사업과 제주 흑우 생산농가에 대한 제주도의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주에만 있는 제주 흑우가 또 하나의 제주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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