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숲 너머에 전설의 왕국이…
흙의 숲 너머에 전설의 왕국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3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 특집-서티벳 대탐사 5.구게 왕국
전설처럼 사라져 버린 ‘구게 왕국’의 유적지. 거대한 황토산에 동굴을 뚫어 왕궁과 사원, 방어시설, 백성들이 사는 주거지 등을 조성했다.
전설처럼 사라져 버린 ‘구게 왕국’의 유적지. 거대한 황토산에 동굴을 뚫어 왕궁과 사원, 방어시설, 백성들이 사는 주거지 등을 조성했다.

카일라스 일주를 마치고 베이스캠프가 있는 다르첸에 도착, 다시 미지의 세계 구게 왕국으로 향한다. 전설을 남기고 사라진 구게 왕국에 대해서는 예전에 국내 모 TV 프로그램에서 잠깐 본 기억이 있을 뿐, 사전정보가 없었다.

동티벳은 산에 숲이 우거졌다면, 서티벳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고원이란 점이 다르다. 칭짱열차를 타고 티벳 고원을 지날 때 느꼈지만 서티벳 끝자락에서 본 고원은 불 같은 태양이 내리쬐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어쩌다 만나는 것이라고는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과 야크들 뿐.

이렇게 고원을 달리기 몇 시간, 산굽이를 돌아서니 서서히 지형이 독특한 모습으로 변한다. 이곳이 토림(土林)이란다.

구게 왕국의 길목에 있는 거대한 토림(土林)지역.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보인다.
구게 왕국의 길목에 있는 거대한 토림(土林)지역.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보인다.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과 홉사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풍화작용으로 인해 기기묘묘한 형상을 띠게 된 바위들이 5600에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하얀 만년설이 쌓인 히말라야 산맥이 길게 늘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지형은 구게 왕국 입구인 자다 마을까지 연결돼 있다. 카일라스에서 발원해 인더스강으로 흘러간다는 스트레지강 옆에 있는 자다는 옛 구게 왕국의 외곽도시다. 여기서 18떨어진 곳에 구게 왕국의 왕궁 터가 있다. 이 일대에도 옛 구게 왕국의 톨링사원 탑 등의 유적과 평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스트레지강을 따라 양쪽 언덕에는 황토산들이 펼쳐져 장관이다. 자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부랑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서니 멀리 거대한 황토산 위로 전설의 구게 왕국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다 마을에 있는 구게 왕국의 사원 ‘톨링’. 주변에 길게 늘어선 백탑들이 인상적이다.
자다 마을에 있는 구게 왕국의 사원 ‘톨링’. 주변에 길게 늘어선 백탑들이 인상적이다.

구게 왕국은 9세기 토번 왕국이 분열된 뒤 성립된 지방정권으로 비교적 세력이 강성한 국가였다고 한다. 구게 왕국은 토번의 왕자인 지더니마의 셋째 아들 더짜오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장왕신기(西藏王臣記)에 따르면 구게 왕조는 700여 년간 16명의 왕이 통치했으며 강성했을 때는 서쪽으로 갸슈미르 일대와 지금의 파키스탄 일부까지도 지배했다고 한다. 지금의 구게 왕성은 10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는 동안 꾸준히 증축돼 황토산 전체를 왕궁과 사원, 방어시설, 그리고 주거지 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성 위까지 갔다오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며 빨리 움직이란다. 왕성이 있는 황토산의 바닥에는 노예와 백성들이 살았던 300개의 동굴 주거지가 있고 산허리에는 작은 사원과 전각, 승방 등이 밀집해 있다.

황토산 정상에 만들어진 구게 왕국의 여름 궁전 터.
황토산 정상에 만들어진 구게 왕국의 여름 궁전 터.

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인공 암도(터널)를 상하로 파서 꼭대기까지 연결되도록 설계했고 2가량의 회전식 취수도(取水道)를 만들어 산꼭대기 왕궁으로 물을 끌어 올렸던 흔적이 남아있다. 헉헉거리며 산성 꼭대기에 올라서니 전설처럼 사라진 구게 왕국 여름 왕궁 터가 쓸쓸히 남아있어 그 옛날 왕성했던 시절을 말해주는 것 같다. <여름 특집 끝>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