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대 도의회의 초심은 어디 가고...
제11대 도의회의 초심은 어디 가고...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8.2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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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 제주시장과 양윤경 서귀포시장이 지난 2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17일과 20일 각각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곤욕을 치뤘다.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 보면서 기자는 깜짝 놀랐다. 기자 나름 두 내정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청문회를 통과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의원들의 질의를 통해 드러난 내정자들의 흠결은 커 보였다.

지난 17일 열린 고희범 제주시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에서는 고 내정자가 2015년 토지를 매입해 지주공동방식으로 참여한 제주시 노형동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원들이 이날 질의를 통해 확인돼 사실은 고 내정자가 40억원을 대출받아 제주시 노형동 축산마을 인근에 10채의 타운하우스를 짓고 분양사업 벌였으며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으로 한 채에 4억60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의원들은 내정자가 공사비 전액을 대출받은 후 명의 사장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토지형질 변경과 사용승인이 일사천리에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내정자는 이에 대해“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왕이면 좋은 자재로 좋은 집을 지으려고 하다 보니 추가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익은 1억원 가량 정도인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역경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일 날 뻔한 위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제 인생에 좋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윤경 서귀포시장 내정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피해가지는 못 했다.

지난 20일 열린 양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에서는 농업정책자금으로 농지 등을 매입하고 되팔는 과정에서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규모화 자금대출 등을 받으면서 공시지가는 30억원이지만 매매가로는 100억원으로 추산되는 토지를 보유한 문제가 쟁점이 됐다.

청문위원 7명 모두가 양 내정자의 부동산 재테크는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공적자금의 용도는 경작을 하려는 영세농민을 위한 정책자금이라며 날선 검증을 벌였으며 농지법 위반 사실까지 지적됐고 양 내정자는 이를 인정하기까지 했다.

기자는 이 정도가 되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부적격’판단을 내릴 것으로 판단했으나 결과는 모두 적격 판단이 내려졌다.

인사청문특위는 고 내정자에 대해서는 ‘언론인으로서의 경험’, 양 내정자에 대해서는 ‘4ㆍ3유족회장으로서의 공적’ 등을 높이 평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와 같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고위공직자서로의 부도덕성에 대해 인사청문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도 ‘적격’판단을 내린 도의회 인사청문특위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 인사청문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한 도의원은 SNS를 통해 “미안합니다. 면목없습니다. 다시는 그런 것 맡지 않겠습니다”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도민을 대표해) 고위 공직자 등을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라면서도 “청문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행정시장과 제주도산하 공기업 및 출자ㆍ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은 각각 제주도의회 지침에 따라 2014년부터 이뤄지고 있다.

행정시장 인사청문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실시하고, 공기업 및 출자ㆍ출연기관장에 대해서는 의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다.

이번과 같이 내정자에 대해 각종 문제점과 의혹, 부도덕성을 지적해 놓고 ‘적격’ 판정을 내린다면 인사청문의 존재가치는 없어진다.

‘‘부적격’을 내려도 도지사가 임명하면 그만이다’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11대 도의회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되고 있다. 벌써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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