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 덕분에 한숨 돌렸네요.”
제주시 구좌읍에서 당근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이상철씨는 모처럼 내린 비를 반가워했다.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가뭄으로 갈라진 땅을 촉촉하게 적셨고, 이씨는 밭으로 나와 당근의 발아 상태를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씨는 “당근을 심어 놓고 비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적은 양이지만 비가 내려 다행”이라며 “이번 비가 올해 당근 농사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씨는 이어 “이 정도 비가 두 세번 정도 더 내려야 당근 농사가 수월할 것”이라며 “이 기세를 몰아 비가 더 내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제주시 구좌읍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1㎜의 비가 내렸다. 이는 지난달 6일 38.1㎜의 비가 내린 후 41일 만에 비가 내린 것이다.
구좌농협은 장기간 무강수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지난 13일 용눈이오름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농민 양영환씨도 “이번 비가 가뭄 해갈에는 부족하지만, 농민들의 막힌 숨통을 트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빗물이 땅 속 갚이 침투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는 만큼, 비가 더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어 “당근 발아 이후가 물이 제일 많이 필요한 시기”라며 “시원한 비가 이어져 농민들의 메마른 마음을 달래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주도 동부 지역은 관수시설이 부족해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 농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관정 연결 비용 부담에 영세 농가들이 농업용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가뭄 상습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적기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농업용수 개발을 확대하고 저수조 및 관로 설치 등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가뭄 피해 예방을 위해 농업용수 광역화 사업 등 관수 시설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농업용수 광역화 사업이 완료되면 가뭄 피해를 일정 수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