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58% 늘었는데 승객 7.7% 증가, 문제없나
버스 58% 늘었는데 승객 7.7% 증가, 문제없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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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하순이면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른바 대중교통체계 개편 1년이 된다. 급행버스가 도입되고 듣기에 생소한 환승정류장이 운영을 시작했다. 제주시 도심엔 대중교통전용차로까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버스 증차가 이뤄졌고, 이에 따른 운전기사도 대거 충원됐다. 종전 공영과 민영으로 나눠 운영되던 버스 운영시스템이 사실상 준공영제로 탈바꿈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1년을 맞은 제주는 지금 냉정하게 이 제도의 성과와 미흡한 점을 되돌아 볼 시점에 섰다.

이와 관련, 최근 제주도의 통계에 의하면 대중교통체계 개편 단행으로 버스 이용객이 하루 평균 1만1800여 명 늘었다.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개월간 버스 이용객은 5005만7851명이다. 이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전 10개월(2016년 9월~2017년 6월)간 이용객 4647만5382명(하루 평균 15만3384명)보다 7.7% 증가한 수치다. 개편 이후 하루 1만1823명 많은 승객이 버스를 탔다. 단순 증가세만을 놓고 본다면 분명 나아졌다.

그런데 증가세의 속을 들어가 보면 의문이 이어진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도내 버스는 868대, 버스기사는 1655명으로 개편 이전보다 각각 58.4%, 146.6% 증가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본다면 60% 가까운 버스 증차에도 불구하고 이용객 증가세는 10%에 못 미친 셈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다 아는 것처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예산투입을 멈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시행 1년을 맞은 지금 제주도는 그간의 성과를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버스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보는 도민들로부터 최소한의 공감은 이끌어 내야 한다. 도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밑 터진 둑에 물 붓기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의 버스 운행시스템은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승객이 텅 빈 채 달리는 나 홀로 버스들이다. 일부 농어촌 노선과 외곽지 노선에선 어렵지 않게 이 같은 모습이 목격된다. 이는 시행초기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8월 단행된 버스노선 설계는 10개월 뒤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둬 이뤄졌다. 때문에 경제성 또는 효율성 보다 다분히 배차 또는 노선을 늘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최우선 수용될 수밖에 없었다. 시행 1년을 맞은 지금이 문제를 바로잡을 적기다. 서울 등 타지방 대도시처럼 지하철이 없는 제주에선 버스가 서민들의 발이 돼야 하는 당위성이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버스 증가대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승객 증가율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눈먼 돈이라 하지만 예산투입도 ‘정도껏’ 해야 하는 이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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