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청정’ 간판만 달았다고 청정해질까 
‘음주청정’ 간판만 달았다고 청정해질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07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청정지역을 지정을 하지만 금주(禁酒) 지역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다음 달 제주지역 도시공원과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선정해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벌어지는 논란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제주도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시공원이나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어린이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조례 제정 과정에서 당초 원안에 있던 단속과 과태료 규정은 삭제됐다. 이 조례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공원녹지법 제49조에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금주 구역 지정과 단속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근거법 조항이 없는 이상 조례로 단속 기준과 조항을 마련할 수 없다. 입법 관계자들은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도시공원 내 소란행위에 따른 음주소란 행위를 단속할 근거가 있으므로 별도의 근거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주를 단속할 법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음주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다. 이 조례가 시행에 들어가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만 할 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문제는 음주청정지역을 지정해 놓고 음주와 관련한 무질서 등을 계도하는 것으로 조례 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범죄 발생 배경에 과도한 음주가 자리하고 있고 이로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조례 제정은 이처럼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 조례가 실효성을 갖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음주청정지역에서 음주를 막는 조치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금주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정처분이라는 것이 지금의 대세다. 이미 시행 중인 경범죄처벌법을 통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소란행위 등을 단속하고 처벌하고 있는 만큼 별도로 법령을 만드는 것은 이중(二重)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경범죄처벌법을 확실하게 적용해 공공을 위해(危害)하는 행위를 처벌하면 될 일이지 왜 금주를 강제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금연(禁煙)구역에 이어 금주를 강제할 경우 개인의 자유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 제한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일례로 간단한 맥주 캔조차 제한할 것이냐는 얘기다.

대책없이 음주청정지역을 지정해 놓고 무슨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음주청정지역이란 간판만 달았다고 청정해지는 건 아니다. 이미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말로만 음주청정 지역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조례 시행에 앞서 깊은 논의를 거치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