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회복하여) 행복지수 좀 올려봅시다
(공공성 회복하여) 행복지수 좀 올려봅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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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제주한라대 간호학과 교수·논설위원

과거에 비해 더 잘살게 된 우리는 더 행복한가?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세계 29위에 올라섰지만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역설적이게도 경제 성장에 따라 실제적 궁핍은 급격히 줄었지만,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불안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돈이 곧 권력으로 둔갑하고 돈 앞에서 평생 지켜온 자존심마저 무너져 버리는 모습들 앞에서 망연자실한 것이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현대인이 겪는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속물 근성을 제시한다. 그는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이며,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보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속물 근성이 만연된 사회일수록 그 사람의 지위, 권력, 돈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곤 한다. 한국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들은 돈과 지위가 곧 권력인 사회임을 입증해 주기나 하듯이 비교적 경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획득해도 지위가 곧 권력인 사회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위를 획득하려 한다.

얼마 전 우리 지역 한 족벌사학에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수십년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번갈아가며 재단 이사장과 총장의 세습적 대()를 이어왔던 이 대학에서 이례적으로 가족이 아닌 인사가 사실상 사립대학에서 최고 권한을 지니는 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그동안 입시 부정과 교비 횡령 등 전형적인 족벌사학 비리에 휩싸였던 이 대학이 이제 진심으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민주적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한 것일까.

주목해야 할 것은 아버지가 이사장직을 넘긴 시점이 자신의 아들에 대한 총장 재임용 승인을 제주도지사에 신청한 직후라는 점과 이사장 해임조항이 신설된 점 등이다. 소위 족벌사학인 경우는 아들에 대한 총장 재임용은 지도감독자인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사장이 비직계인 새 체제에서는 총장 재임용은 관할청에 보고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지난 임기 동안 문제의 중심에 선 아들이 법망을 피해 총장직을 유지하려는 의도였음이 합리적 추론이다. 대학의 총장은 이사장 아들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자라는 이유로, ‘부모가 아니라 공정한 심의기구에서 선출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2016년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무려 55000억원에 이른단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학들은 대학을 여전히 자신들의 소유로 생각한다. 사학족벌들에게는 내 돈도 내 것이고, 나랏돈도 내 것인 셈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토머스 페인이 쓴 인간의 권리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문학과 과학에 세습제를 적용하면 이 두 분야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생각하면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세습적 통치자는 세습적인 작가만큼이나 모순적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이고 우리 지역 현실이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교육기관을 사유화하는 사회, 그리고 지도감독기관이 이를 눈감아 주거나 방조하는 사회, 세습적 지위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속물 근성이 만연된 사회에서 그 사회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지키며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사립대학의 상황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데도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역설을 잘 보여준다. 행복지수를 올리는 길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자원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의 작동과 더불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정책 책임자들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연소득이 불과 몇 백 달러에 불과한 히말라야 부탄이라는 나라가 행복지수 세계 1위였다는 놀라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들은 매일 자기 가족이나 자식의 안위와 성공 또는 재물에 대한 바람이 아니고, 대자연이 잘 보전되기를 바라는 기도, 자연과 함께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함께 사는 방법을 비는 기도를 드린다 한다.

특별자치도, 평화의 섬, 세계자연유산, 신들의 고향 등 독보적 수식어가 붙는 제주에 사는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어떠한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좋은, 공공성의 가치가 살아있는 섬,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함께 사는 방법을 기원하는 굿이라도 해야 할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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