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씁쓸한 만남과 떠남
이효리, 씁쓸한 만남과 떠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8.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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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인생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기초적인 삶은 만남이다. 어느 날 태어나 눈을 떠보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매뉴얼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내 자신이 있었다. 커가면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만났다. 걷는 발자국마다, 쳐다보는 사물들마다 나와의 짧고 긴 거리를 두면서 아침, 저녁으로 만났다. 좌절도 희망도 기쁨도 왔다가 떠나곤 했다.

비오는 어느 날 창가에 앉아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달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를 부르며 턱을 괴고 고독과 만나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수필가 앤 머로 린드버그가 쓴 바다의 선물에는 몇 개 안 되는 조개껍데기와의 만남에 대해 얘기한다. 여성으로서의 진실과 용기, 인내, 관용, 신념을 통해 일상의 단속성을 추출해 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저 하찮은 조개껍데기일 뿐인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을 꿰뚫어보는 감수성과 통찰력이 진정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살다보면 온갖 괴로움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마다 바다의 선물은 여성의 생활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도전과 난관, 위기와 장벽 등의 문제들을 오뇌(懊惱)의 묵상으로 들춰낸다.

린드버그는 쓴다는 것은 곧 생각이며 그것은 생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는 또 마지막 구절에 가서 파도 소리가 나의 등 뒤에서 메아리친다. 인내-신념-관용하고 내게 가르쳐준다. 내가 찾아내야 할 조개껍데기는 무척 많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또 다른 용기를 던진다.

가수 이효리가 그동안 살았던 자신의 민박집을 팔고 6년 만에 제주도를 떠났다.

이효리·이상순씨 부부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던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주택을 종합편성채널 Jtbc에 팔았다. 이효리씨 부부는 제주도 투자 열풍 초기인 2012년 이 집을 샀다.

부동산업체 한 관계자는 제주지방법원 등기과에 확인한 결과 이씨 부부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주택(대지 3188·건물 229.34)에 대해 지난달 6일 최종적으로 소유권 이전을 마쳤으며 매매 대금은 143000만원으로 신고했다면서 이씨 부부가 20125월 이 땅을 평당 85000원에 매입했고 건축비를 감안해도 6년 만에 10배쯤 시세가 뛰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들 부부가 살 곳은 정확하지 않지만 경기도 지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에 평생(?) 살 것 같았던 이씨 부부는 왜 제주도를 떠난 것일까.

그 이유는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이씨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제주도에서 사는 이유에 대해 “(남편이) 귀가 아파서 조용히 살려고 숲 속으로 이사를 간 건데 내가 너무 시끄럽다고. 이사해봤자 어딜 가도 내가 시끄럽다고라고 에둘러 이유를 고백했다.

어디에 가서 살든 사생활이기 때문에 뭐라고 토를 달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제주도에 살면서 나름대로 미운 정 고운 정 들면서 같은 괜당이라는 마음의 이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씨와의 헤어짐은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다. 사생활 침해가 있더라도 조금은 참고 지내면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처럼 관용과 인내, ‘효리의 예민한 감수성과 통찰력으로 조개껍데기를 바라보며 용기를 내고 같이 살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득 여성 작가 루이제 린저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인간은 약간은 비겁하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어. 우리는 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 비겁하고, 인색하면서 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다는 것이지.” 그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에 나온다.

생각 하나 더. 홀홀단신 제주도에 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다가 제주에서 생을 마친 사진작가 김영갑. ‘영갑 사내의 갤러리’(성산읍 삼달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섬에 홀려 마침내 스스로 섬이 된 사내, 1985년에 제주에 정착한 후 영원한 사진이 된 그의 인간적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효리가 와서 남기고 떠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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