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녹지가 필요한 이유
제주에 녹지가 필요한 이유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08.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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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열린 ‘제주시 공원녹지기본계획 재정비안’ 시민 공청회에서 공원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들의 불만이 터졌다.

20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꽤나 원색적인 표현들이 여과 없이 입 밖으로 나왔다.

한 토지주는 “제주시 인구가 50만명을 곧 넘는다고 떠들썩한데 제주시 인구는 서울 동지역 인구 수준”이라며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공원이 뭐 그리 필요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타고 5분만 나가보면 사방이 녹지인데 공원을 존치해야 한다는 이유로 토지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소리쳤다.

다른 토지주들도 공청회 자체를 왜 연 것인지 모르겠다며 거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그동안 쌓아 왔던 얘기들을 쏟아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청회에서 용역진은 공원 부지 내 사유지 매입에만 4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제주시 공원을 760만㎡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달성을 위해선 사유지 매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공청회에서 표출된 토지주들의 불만을 들어보니 예산 확보는 물론 토지주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공원 확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제주시 인구 50만명 돌파가 목전이다. 제주시 인구는 대부분 동지역에 몰려있는데 이에 따라 열섬현상, 주차난, 하수처리 문제 등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도를 봐도 도심지 내 초록색으로 칠해진 녹지는 찾기 힘들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미래 세대가 휴식할 수 있는 녹지도 줄어들고 있다.

차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5분 거리에 공원이 있는 동네를 만드려면 개발보다는 녹화사업에 주력해야 한다.

아, 그리고 “나도 제주의 자연이 좋아서 이주했다”는 토지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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