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살리기
공원 살리기
  • 제주일보
  • 승인 2018.07.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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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요즘 너도나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더위라고 한다. 오죽 더웠으면 그럴까. 그렇다면 시원한 영화 한 편 떠올려보자.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뉴욕의 센트럴파크. 밀고 당기고 자유롭게 뛰노는 청춘 남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뒹굴고 얼싸안고 눈밭을 구르는 정겨운 광경. “나와 커피 한 잔 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말하는 모습,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그윽한 눈빛

사랑의 명대사와 애틋한 장면을 연출한 아더 힐러 감독의 영화 러브 스토리는 하얀 눈이 쌓인 뉴욕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70년에 영화가 처음 선보였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눈 덮인 공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지고지순한 러브 스토리는 사랑 영화의 원조답게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이 영화로 더위가 안 가신다면 빙하기 속을 달리는 영화 설국열차를 생각해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 하얀 눈이 그립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낮동안의 뜨거운 햇빛이나 열대야를 잠시 피할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어디일까. 사람들은 인근 공원을 우선 꼽는다. 낮에는 그늘이 생겨 좋고 밤에는 한낮 열기를 식혀주는 잔잔한 바람이 있어 좋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쓴 다산시문집에 보면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두기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쪽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 등 8가지 피서법이 나온다. 물론 장소는 집과 그리 멀지 않은 인근 공원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만큼 공원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일상의 곁에서 휴식과 정신건강의 공간을 제공해준다.

공원이라는 말은 원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등 도시 문명이 생겨날 때 지배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넓은 정원, 과수원, 혹은 사냥터 등이 필요했다. 이후 중세 유럽의 도시들은 자연의 공간을 농촌과 도시 환경, 레크레이션과 휴식을 위한 건강한 환경으로 변화시켰다.

미국의 도시들도 공공 공원, 녹지, 퍼레이드 광장, 퍼블릭 가든 등으로 도시환경을 개선했다. 공공 공원의 제창자들은 공원이란 도덕적 영감을 생산하고, 미적으로 유쾌하며, 유익한 레크레이션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강한 환경으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의 센트랄파크는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도시공원이며 설계자인 옴스테드는 공공의 공원은 정부의 의무이자 세금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1888년 인천의 각국 거류지 내에 각국공원이 조성됐고 독립공원, 탑골공원, 부산 용두산공원, 대구 달성공원 등으로 이어졌다. 1960년대 들어서면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깨끗하고 푸른 휴식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또한 국민소득 및 여가시간의 증대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공원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제주도의 도시공원 일몰제 시한이 2년 앞으로 다가와 사라지는 도시공원들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이를 단박에 해결할 방도가 쉽지 않다. 문제는 도시공원 부지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공원녹지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녹록하지가 않다.

도시공원은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과 휴양, 정서생활 향상을 위해 설치·지정됐다. 지난해 기준 제주시 도시공원 전체 면적은 7095491이며, 이중 3492821가 일몰제 대상으로 서귀포시를 합쳐 제주도 전체의 도시공원 중 47%가 없어지게 된다.

방법이 없을까. 사유지 매입이 가능하도록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아울러 임대비를 지급하거나 2년동안 일몰제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고 예산을 마련하면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도시공원을 포기한 말을 ...라고 한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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