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싫다면 하지 말자
주민이 싫다면 하지 말자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8.07.2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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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정승 판서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가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속담이다.

지난 18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부임한 지 보름도 안 돼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청와대 수석이 급박하게 강정마을을 방문한 이유는 국방부가 건군 70주년 기념으로 해군 주최로 추진하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의 제주해군기지 개최를 반대는 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지난 3월 강정마을회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 국제관함식의 설명이 미흡했다고 판단, 설명회를 한 후 주민 전체의 의견을 재차 듣고 재 의견을 달라고 전달했다.

국제관함식은 1998김대중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군함 해상사열에 참여, 국가적 행사다.

2018 해군 주최 국제관함식은 오는 1010일부터 14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세계 각국의 군함이 참가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의 갈등과 고통에 대해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공동체회복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한다면 그 의미가 클 것이다.

하지만 강정마을은 이 수석의 제안에 따라 지난 22일 현안 토론회를 열고 국제관함식 개최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지만 토론회 내내 찬반 논란으로 고성이 오가고 격해지는 등 마을 주민간 갈등만 키워버리는 악영향을 낳았다.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강정 주민의 아픔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주민이 싫어하는 해군의 국제행사를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인정해 달라는 주민 배려 없는 국방부의 행태가 싫은 것은 아닐까.

넘어져서 아픈데 그 위를 밟고 지나가지는 말자.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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