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50만명의 ‘역설’
제주시 50만명의 ‘역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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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정책이 국가의 정의로운 목표로 뿌리내려 어떤 정부도 흔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좀 더 천천히 갈 수도 있는데 왜 서두르느냐 하면 제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두고 싶은 것이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10년 전 제주에서 한 발언의 일부다. 2007년 7월 12일 서귀포시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균형발전에 관한 한 ‘유아독존’이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제주혁신도시 탄생의 시작이다.

제주혁신도시는 다음 달이면 애초 옮겨 오려고 했던 모든 수도권 기관이 입주를 마쳐,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제주에서 제주혁신도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귀포로 상징되는 산남이 아닌 한라산 북쪽 ‘제주시 확장’ 정책이다. 최근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회자 되는 ‘제주시 인구 50만명 시대’다.

제주도와 제주도 의회는 마치 사전 입을 맞춘 듯 50만명 제주시를 예상, 지방자치법상 ‘대도시 특례(주민등록인구 50만 명 기준)’ 적용에 따른 행정서비스 및 자치권 강화 문제를 논의하는 모양새다.

버스로 성판악을 건너면 불과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지척 산남의 안타까움은 안중에 없다.

#산남·산북 불균형 고착화

올 6월말 외국인을 포함한 제주시의 주민등록 인구는 49만8097명이다. 서귀포시 인구는 18만8752명이다. 제주도 전체 인구 중 72.5%가 제주시민이다. 서귀포시 인구 비중은 27.5%로 30%에도 못 미친다.

인구가 집중되면 정치·경제·문화 등의 모든 게 몰린다. 적지 않은 폐단이 따른다. 이는 지난 대한민국의 역사가 증명한다. 대한민국 국토에서 수도권은 11.8%에 해당하는 면적에 전체 인구의 약 48%,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가 집중됐다. 이러한 불균형은 수많은 분야에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초래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하고 지방의 자립기반을 취약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지금의 제주를 보게 된다. 2000년, 산남 인구는 16만3606명이다. 같은 해 산북 인구는 37만8762이다.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에서 산북과 산남의 인구 비중은 69.8% 대 30.2%다

그런데 지금은 영 딴 모습이다. 산남-산북 불균형이 갈수록 굳어진다. 지난해 8월 서귀포 인구증가세가 제주시를 따라잡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는 당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그런데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다름 아닌 ‘균형’이다. 그리고 공정이다.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세대별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국민들은 더더욱 이 단어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제주 균형발전 고민할 때

일정한 공간에서 구성원들이 특정 지역에 몰린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제주라는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제주라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고른 발전과 행복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가 쏠리면 문화·교육·의료시설 등 사회기초시설이 몰린다. 이는 곧 사회를 지탱하는 구성원들 간 부익부 빈익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올 초 서귀포지역에 들어선 제주혁신도시를 지역발전을 이끌어 혁신성장 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편으로 보면 제주도의 이 같은 구상은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주도의 이 같은 행동에는 합리적인 질문이 따른다. ‘지방정부로서 제 역할은 다 했는가’ 하는 점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제주도의회도 남이 아니다.

제주시 인구 50만명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렇더라도 지금과 같은 산북·산남 불균형과 불평등이 심화하고 굳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라는 승자독식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착한 소수를 외면하거나 업신여기는 것 까지는 아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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