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내일, 그 연장선에 오늘이 있으매…
어제와 내일, 그 연장선에 오늘이 있으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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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47)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6)-아이홀 유적지
인도 아이홀은 초기 찰루키아 왕조의 수도로, 수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어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라고 한다. 인도 여대생들이 이곳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두르가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인도 아이홀은 초기 찰루키아 왕조의 수도로, 수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어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라고 한다. 인도 여대생들이 이곳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두르가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인도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삶의 조건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내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태어날 때부터 받아들인 듯 익숙해 보이는 사람들의 눈망울과 미소.

인도는 철학보다 종교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래서 인도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혼돈과도 같은 종교와 인간 간의 관계에 질식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 무리가 아니란 말을 합니다.

아이홀(Aihole)’ 일대에 모여 앉은 인도 여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는군요.

아이홀은 초기 찰루키아 왕조의 수도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작은 도시 안에 수많은 사원들이 자리했는데 그 수가 무려 150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찰루키아 왕조가 남긴 문화유적은 매우 정교해 후대 남인도의 문화양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군요.

주변을 둘러보다가 커다란 나무 아래 좌판을 열고 청포도와 바나나를 파는 한 인도 여인을 발견했습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아봅니다. 그러자 그 여인이 손짓을 합니다. 청포도를 사라는 의미인 듯하네요.

아이홀을 찾은 날 마침 인도 민속경기 중 하나인 ‘소 달리기 경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법 인기 있는 경기라는데 운 좋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소와 함께 무리지어 골인지점을 향하고 있다.
아이홀을 찾은 날 마침 인도 민속경기 중 하나인 ‘소 달리기 경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법 인기 있는 경기라는데 운 좋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소와 함께 무리지어 골인지점을 향하고 있다.

 

이곳 아이홀에는 많은 유적과 사원이 있어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이 더 많이 찾는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침 한 버스가 서더니 인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네요.

마을 중심에 울타리를 두른 구역이 있는데 이 안에 아이홀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인 두르가 사원과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두르가 사원은 밖에서 언뜻 봐도 지금까지 봐왔던 인도 건축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끄네요.

인도의 종교유적은 불교나 힌두교를 막론하고 거의 공통적으로 예배소와 그 앞에 준비장소가 마련돼 있답니다. 예배소는 가르바그리하(Garhaqrha)라 불리는데 대부분 원형(圓形)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식을 준비하는 장소는 만다파(Mandapa)라고 하며 장방형의 공간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아이홀 유적은 기본양식에 충실한 석조 건축으로 특히 두르가 사원의 예배소는 석가의 초전 설법지로 유명한 사르나트의 다메크 스투파를 연상시킨다고 가이드가 설명합니다.

다메크 스투파와 다른 점은 탑돌이 길인 요도에 열주를 둬 각 칸마다 힌두신을 배치한 것이라네요.

열심히 듣고는 있지만 다메크 스투파를 본 적도, 건축에 대한 지식도 없다보니 이해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서부인도와 북부인도를 다니며 봤던 사원들과는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사원은 불교 건축물을 모방한 반원형의 건물과 곡선 모양의 시카라(Sikhara·힌두사원 첩탑)가 특징인데 외형의 구조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원 주위에 늘어선 기둥에 새겨진 조각들이랍니다. 자세히 보니 사원 벽면에 수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데 섬세하고 탁월한 그 모습이 무척 대단하네요.

사원을 나온 뒤 박물관과 다른 유적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마침 수학여행을 온 인도 여학생들을 마주했습니다.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성화입니다. 커다란 눈망울과 하얀 치아가 돋보이네요. 한 컷 찍어줬더니 이번엔 자기들과 함께 찍자고 하네요.

두르가 사원과 주변 건축물들. 찰루키아 왕조 유적은 후대 남인도의 문화양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두르가 사원과 주변 건축물들. 찰루키아 왕조 유적은 후대 남인도의 문화양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새벽부터 산을 올라 일출을 찍고 원숭이 사원을 둘러봤더니 피곤하네요. 이곳의 많은 유적들을 다 돌아볼 수 없을 것 같아 적당히 사진 찍기를 마치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한 인도 남자가 어깨를 두드리더니 저쪽을 봐라는 듯 손짓합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더니 깜짝 놀랐습니다. 오토바이와 사람, 그리고 소가 무리지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도 민속경기 중 하나인 소 달리기 경주가 진행되고 있고 이제 골인지점을 향하고 있는 거랍니다. 꽤 인기 있는 경기라는데 우연치 않게 이곳에서 볼 수 있었네요.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인도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내밀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 인도여행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스타가 된 듯 기분이 좋네요.

오늘 머물 숙소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며 가이드가 빨리 움직이자고 재촉합니다. 동산 위 있는 유적을 포기하고 다음 행선지인 바다미(Badami)’로 향합니다. 마을을 벗어나자 아까 봤던 소 달리기 경주 골인지점이 보입니다. 마침 시상식이 열렸는지 북적북적 합니다. 그런데 도로 주변에 옛 궁궐터와 사원들이 허물어질 듯한 모양새로 방치돼 있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인도 특히 아이홀은 오지지역이라 이런 유적지가 너무 많아 관리할 여유가 없다는군요.

바다미를 향하는 도로는 한창 확장 중이라 험하네요. 차가 천천히 달리다보니 주변의 인도 농촌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옛 농촌 풍경과 같아 참 정겹네요. <계속>

 

 

아이홀에서 보내는 편지

민정아!

인도로 떠나 올 때 연락도 못 하고 왔구나. 건우는 학교에 잘 다니지. 또 은우는 어린이집 잘 다니고. 보고 싶구나. 아이들 사진이라도 한 장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서두르다 보니 시계도 놔두고 오고. 아무튼 정신없이 떠나 온 것 같다.

나는 지금 남인도의 함피라는 곳을 23일간 돌아보고 다시 오지 아이홀이란 곳에 도착했다. 사원과 유적지를 둘러보다가 나와 곱게 차려입은 인도 여인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단다. 오뚝한 코에 눈망울이 아름다운 이 여인들은 너와 비슷한 나이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민정이도 어느새 40대를 바라보고 있구나. 아직도 어리게만 느껴지는데 어느새 두 아이 어머니이자 아내가 돼 훌륭히 살림을 하고 있는 너를 생각하니 대견스럽다. ‘우리 새입이!’ 하고 안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 애비는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고 있어 너희들 보기가 좀 미안하단다. 물론 너희 어머니한테 제일 미안하지만 그래도 큰 딸인 민정이, 둘째 딸 민성이, 막내 딸 경리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라도 한 번 휘돌고 귀국하면 일할 의욕이 생기니 묘한 마법에 걸린 것 같구나.

민정아. 매번 여행길에 너희들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쓰고 있으나 그것을 붙이거나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기행문이 연재되고 있어 그 한 쪽에다가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면, 아니면 그 전이라도 건우 아빠하고 인도는 꼭 한 번 다녀가거라. 이 애비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지금껏 다녀본 곳 중 인도와 티벳은 꼭 한 번 가봤으면 한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곳이지만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편안하고 호화로운 여행도 좋지만 힘들고 어려운 여행에서 얻어지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꼭 기회가 된다면 인도는 한 번 다녀가기 바란다.

이제 다시 길을 나서야겠구나. 시간되면 나 대신 어머니 일도 좀 도와주렴. 안녕.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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