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遷度)
천도(遷度)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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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영단 앞에서 천천히 너울거린다. 위폐가 모셔진 단 앞에서 두어 바퀴 춤을 춘다.

사시불공 예불시간이 지나서야 법당안의 나비는 훨훨 날았다. 이어서 개구리가 마당의 조그만 연못에 야단법석을 열었다. 언젠가 스님이 구해다 심은 연잎 위에 앉은 개구리가 왜 하필이면 이 시간에 울어댈까.

오늘은 김 여인의 남편 사십구재를 지내는 날이다. 사십구재는 영혼이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헤매다가 천상의 세계로 가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칠 주 동안 재를 지낸다. 젊어서부터 궂은일 마다 않고 열심히 살며 자식 며느리 자수성가 시킨 순수한 여인이다. 사월 초파일 행사엔 야채를 전담하여 보시하는 부처님을 닮은 신도이다.

그의 남편은 늘그막에 산을 좋아하여 등산을 자주했다. 산에서 실족하였는지 한 달 가량 병원에 입원한 후 세상을 하직했다. 온 가족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에 망인도 나비로 변신하여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것만 같다.

법당안의 불단 하단에는 죽은 영가를 천도하는 영가 단이 있다.

영가탱화가 유독 빛이 난다. 탱화 안에는 과거칠불 부처님이 가운데 위에 계신다. 항시라도 이승의 가족들을 내려다보며 원 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편안한 모습이다.

염라대왕 앞에서 업경대에 비춰보고 극락세계로 올라간 영혼들은 구름을 타고 다니는지 가벼운 옷을 걸쳤다. 연잎이 군데군데 널려있고 태어나서 죽어 갈 때까지의 생활상이 그려졌다. 아귀와 법고와 더불어 불교의식을 치르는 의식중()도 보인다. 망자를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영계(靈界)의 안내자인 인로왕보살이 있고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보인다. 천자문을 공부하는 아동이 있는가하면 줄타기를 하는 광대도 있다. 북과 꽹과리를 치는가하면 불지옥의 그림도 있다. 관운을 입어 벼슬아치의 모습도 이승에서의 행동처럼 지은 업대로 산다는 걸 암시해준다.

오늘 사십구재는 고구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스님을 초청하여 의식을 준비 했다. 인간문화재 효성스님의 지도하에 문하생 여러 명이 징과 꽹과리·목탁·북 소리로 공양하였다. 북치는 보살님이 눈길을 끈다.

승무복장인 고깔모자에 의복을 갖추고 정좌했다. 왼손에 북채를 쥐고 삼매경에 빠졌는지 손목을 삼백육십 도 회전하며 경전독송에 맞추어 두드린다. 고깔모자를 쓰고 상무 돌리듯 고개를 돌리며 신나게 염불한다. 어깨는 북소리에 맞추어 들썩거리는데 보는 사람에게 흥을 돋우고 있다. 두 시간을 북을 쳐도 지칠 줄 모른다. 이어서 무용수의 바라춤과 살풀이춤이 이어진다.

효성스님의 걸걸한 음성은 북치는 보살의 흥을 압도한다. 명주를 주름모양으로 손에 잡았다가 힘차게 마룻바닥에 뿌리니 길이 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 모양이다. 천도하는 고혼은 다양한 의식으로 공양 올리는 오늘 모습처럼 극락세계에서도 즐거움으로 가득 차기를 빌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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