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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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7.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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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우리에게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경험해 볼 수도 없는 일이어서 그 누구도 죽음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죽음을 이해하고 인식하며 사는 사람의 삶은 하루하루 그 가치가 다르다.

유전자만이 우리의 육체 중 유일하게 삶을 이어간다. 우리 육체의 노화와 죽음은 영생을 꿈꾸는 유전자의 선택이요 명령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전자 또한 온전하게 영생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전자와의 결합을 통하여 일부분만이 살아남으며 변화하는 지구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형을 필연적으로 선택한다.

행여 유전자를 통하여 나의 영혼과 의식이 전달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나 또한 유전자와 함께 영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니까.

유전자가 우리의 외모를 비롯한 신체구조 그리고 성격까지도 일부 전달하고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가져가지 않는 것 같다.

의식이라는 것이 크기가 없는 비물질의 형태로 유전자가 가져갈 수 있는 것임에도 분명하게 우리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의 의식을 온전하게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절대 사라질 수 없다는 물리법칙에 의해 우리가 죽는다 해도 그 신체는 단지 흩어져 세상 만물들 속에서 새로운 구성원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이 영생을 바라는 우리의 욕심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물질로 존재한다고만 해서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내 몸 속 세포들의 수명도 저마다 다르고 해가 바뀔 때쯤이면 살아남은 세포가 거의 없어 물질로 따지면 지금의 나는 지난해의 나와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나의 의식은 지난해의 내가 아니라고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혼은 존재하는 것일까?

의식과 영혼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의식으로부터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간은 뇌를 통하여 의식하지만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세포 동물이 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모든 생물이 인간의식과는 다른 차원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무생물인 먼지조차도 우주만물 속에서 어떠한 기운에 따라 자기의 역할을 찾아가는 의식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분명히 나와 함께 존재한다.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라 할 수 있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이중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의식 또한 비물질로서 크기가 없고 시공간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사라지지 않은 의식은 무한의 시간 속에서 언젠가 나였던 유전자를 다시 만나 발현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의식이나 영혼이 존재하고 언젠가 나의 유전자를 만나 다시 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와 동일한 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지금 현실의 나일 때뿐이다.

십여 년 전, 다가오는 죽음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에게 큰 행운이었다. 삶의 끝이 보이는 충격 속에서 가장 큰 걱정은 사랑하는 가족들이었다. 십년만 더 살 수 있었으면 했다.

죽음을 인식하고부터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달랐다. 지금도 가족들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함이 끝이 없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세상을 살아갈 만큼 바르게 잘 자랐고, 내가 어떤 아버지였는지를 아주 가끔은 기억해줄 것이라는데 위안이 된다. 화북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일은 가장 큰 보람으로 제주에 태어난 인간 아무개로서 세상을 다녀가는 역할은 다 했다 여긴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년만년을 살 것처럼 살아간다. 메멘토 모리.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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