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
사람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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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홍수 속 무너진 가족의 유대
기계장치 멈춘 ‘블랙아웃’서 생존기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찾아서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음식문화와 시골 풍경은 흡사 제주도와 비슷할 만큼 교차되는 것도 많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고 황당무계한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개하는 그 뻔뻔하리만큼 대담한 연출력이 좋다.

마음이 정화 되고, 눈이 밝아진다. 한마디로 ‘힐링’ 하는데 제격이다. 그러다 아무 생각없이 막내딸 권유로 보게 된 영화가 ‘서바이벌 패밀리(2017년작)’다.

TV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사회, 대화가 단절된 전형적인 도시 속 가족들의 일상에 청천벽력처럼 사라져버린 전기 공급. 그로인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전산망과 사회망 이 마비되고 서서히 변해가는 원시 사회로의 회귀. 영화는 ‘블랙아웃(Blackout)’ 이라는 대재앙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속의 현실이 언제든지 실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섬뜩하기만 하다.

첨단 도시문명을 상징하는 도쿄. 겉으로 보기에 아주 평범한 네 가족이 살고 있다. 회사원이자 가장인 남편(스즈키)은 늘 회사 일에 정신없이 치여 산다.

그의 부인은 전업주부로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하고 가족들을 보살핀다. 부인은 늘 가족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집에 오면 TV만 보는 남편, 헤드셋으로 노래만 듣고 짝사랑하는 여자 친구만 생각하는 대학생 아들, 스마트폰 중독인 고등학생 딸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이 좋아서 가족일 뿐 실상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대화가 단절된 전형적인 우리네 핵가족 모습이다.

인터넷과 게임, 스마트폰 문화의 보급 등으로 가정에서 자녀와의 대화는 단절되고 가장의 권위는 무너진지 오래다. 그 옛날 아버지들의 권위는 박제돼 박물관에 보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묘한 울림을 주는 시대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그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음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전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장치가 멈춰 버린다. 집안 형광등과 가전제품은 물론 전철도 무용지물이다. 심지어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시계와 전기배터리로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통신도 안 되고 수돗물과 가스도 막혀버린다. 어쩔 수없이 물조차 구하기 힘든 도시를 떠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로 탈출을 하는 스즈키 가족의 눈물과 웃음 없이 볼 수 없는 생존투쟁 이야기가 이어진다.

코미디로 극화했기 때문에 극중 가족들의 지나친 오버 연기로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블랙아웃을 가상한 개연성 있는 에피소드 들은 생존을 위해 가족들과의 유대감을 갖게 만들려는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우리 문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퇴근 후 톡톡 울리는 스마트폰 업무, 어느 순간부터 유행처럼 등장한 밥상머리 교육.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같이 앉아서 밥만 먹으면 되는 건가?), 맞벌이 부부에게는 식사 준비하는 사람 따로, 밥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여서 아이들 등교시키랴 출근하랴. 일에 쫓겨, 시간에 쫓겨 뿔뿔이 흩어져 정작 자신은 혼밥 먹기 일쑤인데 현실의 사회나 정치는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삶은 고수하면서 민초들의 삶만 자꾸 바꾸라 강요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맨날 허우적거리면서 숨 쉬기도 어려울 만큼 몸은 황폐화되고,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데.

과연 또 다른 세상이 올까?
문득 예전 어느 광고 카피 문구가 떠오른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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