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제주가치’
또 다시 ‘제주가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8.07.05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심’한 사람을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게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다. 사자성어는 과하탁교(過河坼橋) 또는 배은망덕(背恩忘德) 정도다. 과하탁교는 나무다리를 건너고 나서 나무를 몰래 뜯어 훔쳐 목재로 쓰거나 불쏘시개 감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이고, 배은망덕은 아는 것처럼 남에게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잊어버리는 뜻으로 통용된다.

최근 이들 사자성어를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신화론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자의 행태다.

금수산장 개발사업은 골프장 부지 인근에 대규모 콘도와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중국 자본 7000여억원이 투입된다. 해당 사업지에는 골프장 부지도 포함됐다. 골프장을 활용한 대규모 휴양·숙박시설 개발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그 때문에 사업계획서가 나오는 순간부터 ‘꼼수개발’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도의회 ‘부대조건’으로 표결 끝에 1표 차로 통과됐다. 지금부터 불과 3개월 보름 전인 올 3월 하순의 일이다.

그런데 도의회 표결 잉크가 마를까 말까 한데 사업자 측은 도의회가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경관 3등급 지역 건축물 높이를 20m(5층)에서 12m(3층)로 하향 조정하라는 내용에 난색을 보인다.

#“도민들 고통 속 어려움 보내”

“저는 이 자리에서 제주의 미래를 위한 다섯 가지 현안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제주다움’과 ‘제주의 가치’를 지켜나갈 ‘지속 가능한 제주’의 정립이다. 우리 제주는 밀려드는 관광객과 개발사업 그리고 난개발에 의해 환경파괴와 도민갈등에 놓여 있다.”

제11대 제주도의회가 개회되던 그제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의 개원사 일부다.

김 의장은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예측실패와 준비 부족, 몇몇 집행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많은 도민이 고통 속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에 청정 제주 환경을 유지하는 수용력 범위 내의 균형적 성장정책이 필요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이날 개원사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개원사는 11대 제주도의회가 앞으로 지향해 나갈 일종의 나침반이다.

최근 몇 년간 제주에 불어 닥친 급격한 개방은 불가피하게 난개발을 불러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까지 제주 사회를 찬반 싸움으로 내몬 오라관광단지 사업이다. 금수산장 개발사업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야심 차게 시작된 신화역사공원의 현재의 모습 또한 나아가 제주 가치를 외면한 개발만능주의의 한 모습이다. 대규모 개발과 이에 따른 제주 가치 훼손은 현재 진행형이다.

#민주당 중심 도의회 걱정 여전

환경영향평가 최종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도의회의 ‘부대의견’에 불복종을 암시하는 입장을 보이는 금수산장 사업자의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도의회가 이 사업에 대해 상임위에서부터 투명하고 철저하게 문제를 따지고, 거역할 수 없는 정도로 냉정하게 심사다면 지금과 같은 ‘변심의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금수산장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이를 바로 보여준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행보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보수당과 달리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민주당이 중산간 난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종 순간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개발 찬성표를 던졌다. 자신의 이름이 공개될 것이 뻔해도. 한 명만 빠졌더라도 동의안은 부결됐다. 그 때문에 당시 의회 주변에선 민주당에 ‘콩가루’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지난달 치러진 제주도지사 선거전 중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제주 가치의 중국 자본에 대한 매각 논란이다. 애초 예상과 달리 이 문제는 민주당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제주 가치’는 그 추구하는 목표의 정당성과 정의로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많은 난관이 따른다. 민주당 출신 도의회 의장의 첫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 중심의 도의회에 미덥지 못한 시선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