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낚싯바늘이야?”
19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길이 1m가 넘는 인도태평양상괭이의 뱃속에서 낚싯바늘과 낚싯줄, 비닐 등이 나오자 부검을 진행하던 대학생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상괭이 부검으로 나온 낚싯바늘과 같은 폐기물은 해양동물이 바다 속 쓰레기, 오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장면이었다.
낚싯줄은 수십㎝에 달했다. 낚싯바늘도 성인 엄지손가락만큼 큼직했다.
이 상괭이에서 나온 낚싯바늘은 수많은 기생충에 파묻힌 상태였다. 배 안에서 엉킨 낚싯줄을 푸는데도 다소 시간이 걸렸다.
부검을 보조하던 한 대학생은 “낚싯바늘, 낚싯줄에 온갖 기생충이 들러붙었다”며 놀랐다.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등은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전국 8개 대학교 수의학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제주에서 사체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바다거북, 상괭이, 상어 등 20여 개 개체에 대한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검은 제주에서 발견된 해양동물 폐사 원인을 밝히고, 미세플라스틱 검출 확인, 질병 조사 등 다양한 기초자료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부검교육 첫날 상괭이 2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해양 포유류 사체 대부분은 어민이 쳐 놓은 그물에 혼힉돼 질식사한 경우가 상당수다.
부검된 상괭이 2마리의 식도와 폐에서 포말(거품)이 관찰돼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제주해역에서 발견된 해양포유류, 해양동물 부검을 진행해 그 기초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보호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해 질병이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상괭이는 2019년 45마리, 2020년 55마리, 지난해 53마리, 올 들어 지난달까지 30마리 등이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