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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제주
[메이드 인 제주] 5. 해어림산지가공
“수천 년 전 제주 전통의 맛 그대로 복원…건강 듬뿍”
2019. 08. 15 by 고경호 기자
해어림산지가공의 ‘제주전통어간장’
해어림산지가공의 ‘제주전통어간장’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강과 바다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어(漁)간장’을 만들어먹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 역시 예부터 집집마다 어간장을 담갔지만 일제강점기와 제주4·3 등 비극의 역사를 거치며 현재는 명맥이 끊겼다. 다행히 문순천 해어림산지가공 대표가 어린 시절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어간장 제작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제주의 어간장을 재현해 낸 문 대표는 ‘제주특별자치도 우수제품 품질인증’(JQ)까지 거머쥐며 제주 바다가 선사하는 건강한 맛을 도내·외 소비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 자연과 정성으로 빚은 보물

JQ 인증을 획득한 해어림산지가공의 ‘제주전통어간장’은 서서히 잊혀져가는 제주의 옛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통 발표식품이다.

해어림산지가공은 제주 해역에서 잡은 고도리와 전갱이 등 등푸른 생선을 1년 6개월 이상 자연 발효시킨다.

이후 걸러 낸 맑은 원액에 무말랭이와 다시마, 감귤 등 제주산 재료를 넣어 전통 옹기에서 6개월 이상 2차 숙성해 어간장을 만든다.

해어림산지가공은 고도리와 전갱이 등 제주산 재료를 숙성시킬 뿐 나머지는 모두 자연에 맡긴다.

인공적인 발효나 화학품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제주의 햇살과 바람, 시간, 그리고 정성만을 보태 옛 방식 그대로 전통 어간장을 생산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옛날에는 물고기를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어간장을 담가 먹었다. 어간장을 만드는 데 최소 3년이 소요되다보니 일제의 탄압과 4·3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췄다”며 “양식장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광어 1㎏를 생산하기 위해 17~18㎏가량의 고도리와 전갱이를 사료로 써야 했다. 싱싱하고 품질 좋은 등푸른 생선이 사료로 활용되는 것이 아쉬워 어간장 복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주전통어간장’ 제조 과정.
‘제주전통어간장’ 제조 과정.

# 한 번 맛보면 다시 찾아

전통 어간장을 복원하기 위해 양식장까지 정리한 문 대표는 끈질긴 연구와 실험 끝에 ‘제주전통어간장’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어간장에 대한 우리나라 유일의 표준 식품 규격이 됐으며, 2010년 수산물 브랜드 대전 은상(농림수산식품부) 및 ‘어간장 제조방법’ 특허 등록, 2016년 케이-스타(K-STAR) 한국수산산업 브랜드 부문 대상(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지난해 JQ 인증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잇따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제주전통어간장은 고도리와 전갱이를 통째로 숙성시켰음에도 전혀 비린내가 없는 게 특징이다.

문 대표는 “3년 이상 묵혀 간수를 빼낸 소금과 제주에서 생산한 무말랭이, 감귤액, 다시마액을 사용해 어간장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풍미를 극대화시켰다”며 “오이냉국이나 소고기국 등 국류는 물론 어떤 음식이라도 인공 조미료 대신 밑간으로 사용하면 건강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주 고객들은 일명 ‘마니아 층’이다. 한 번 맛 본 고객은 대부분 다시 찾는다”며 “육지 백화점 명인코너와 대기업 유통회사, 친환경제품 전문 매장은 물론 미국으로도 공급하고 있다. 제주 전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낸 제주전통어간장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문순천 해어림산지가공 대표

“JQ 인증이 곧 도약의 발판…브랜드 육성 힘써야”

문순천 해어림산지가공 대표
문순천 해어림산지가공 대표

“제주의 옛 맛을 복원하고 알리는 데 JQ 인증이 도약의 발판이 됐습니다.”

문순천 해어림산지가공 대표는 깐깐하고 엄격했던 JQ 인증 심사과정을 회상하며 한 차례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고서는 이내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문 대표는 “JQ 심사는 마치 검사가 죄인을 조사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모든 서류를 들춰내고 재료 수급 과정부터 생산 전 과정을 꼼꼼하게 검사받았다”며 “무척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이를 통해 서류상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는 등 생산과 경영 모두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어 “제주 향토기업들이 어렵게 인증을 획득하는 만큼 도민은 물론 관광객과 육지·해외 소비자들이 JQ 제품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JQ’라는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특히 위생검사 등 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규제는 대기업 등 공장의 제조과정에 맞춰져 있다. 조선시대의 음식을 현재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기에 전통 방식으로 식품을 제조하는 가내 생산 업체들을 위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제주에 가내 수공업 형태로 전통 음식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은 만큼 제도 개선을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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