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복원의 의미…“잊었던 제주의 자산 우리 품에”

제주도 문화예술공공수장고 강봉석 학예사 인터뷰 수장고서 미술품 복원과 작품 수장, 전시 진행 “잊혀진 문화적 자산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일" 의미 강조

2021-02-09     김나영 기자

9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제주 최초 서양화가 ‘김인지’ 전. 이날 고인의 원화 작품 13점이 공개됐다.

이중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50호)과 ‘천지연 폭포’(80호)는 훼손이 커 자칫 폐기될뻔 했으나 최근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수장고의 보존 과학 기술로 복원돼 도민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제주 미술품 복원가의 손으로 지역 문화자산을 복원한 셈이다.

본지는 9일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강봉석 학예사(48)를 만나 수장고 역할 및 미술품 복원의 가치를 살펴봤다.

문화예술공공 수장고는 제주도가 전국에서 첫선을 보인 문화예술품 전문 공공 수장고다. 작품 이‧보관뿐 아니라 훼손 작품 복원 작업, 전시 등도 이뤄진다.

강 학예사는 도내 최초 문화재수리자격증 취득자로, 제주 출신으로는 박기정 미술품 복원가, 손일삼 제주대 교수 등과 더불어 도내 1세대 보존과학 전공자다.

재작년 수장고 개관 이후 현재까지 유일한 담당 학예사로 근무하고 있다.

9일 강 학예사는 제주현대미술관의 김흥수 작가 작품 8점(15호∼500호 크기)에 대한 클리닝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강 학예사는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듯 미술품은 보존과학으로 복원된다”며 “복원 중 작가가 어떤 캔버스와 물감을 썼는지 등을 과학적 기법으로 알 수 있어 향후 작품 진위여부를 밝힐 데이터가 되고, 또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작품의 비밀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 학예사는 2019년 제주도립미술관 야외 조각품 ‘대지로부터(김대열 작)’를 시작으로, 2020년 제주현대미술관 분관 앞 야외 조각품 10여 점에 대한 클리닝 작업을 진행했다.

강 학예사는 지난해 9월경 작품 이관 작업 도중 도내 모 기관 문서고에 보관된 작품 두 점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 찾아갔다.

작품들은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이중 한 점은 찢기고 훼손이 커 폐기될뻔 했다. 감정을 받아보니 작품은 제주 최초 서양화가 김인지의 작품이었다. 두 작품은 6개월 복원과정을 거쳐 도민에게 공개됐다.

강 학예사는 “미술품 복원은 잊혀진 문화적 자산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다. 문화예술공공수장고의 역할에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